오피니언 사설

총장실 점거하는 불법 행태 뿌리 뽑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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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연세대 총장이 40여 일째 총장실에서 쫓겨나 다른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운동권 총학생회 학생들이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면서 총장실과 본관 2, 3층을 점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에선 지난달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는 총학생회 학생들이 총장실의 벽, 바닥, 역대 총장 사진 등에 페인트 칠과 낙서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민주화 시대에 지성의 상징인 대학에서 아직도 이런 폭력이 벌어지고 있다니, 참담함을 피할 수 없다.

대학이 학문적 자유를 누리는 것은 당연한 권리지만 그러한 자유가 불법적인 행동까지 용인해 주는 것은 아니다. 불법.폭력행동에 성역이란 없다.

아직도 많은 대학.교수가 일부 학생의 불법.폭력행동을 묵인하고 질질 끌려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군사정권이나 독재정권 아래서 학생들이 민주화운동을 했던 전통에 의해 지금도 불법을 용인하는 관행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달라졌다. 학생들이 합법적으로 대학에 요구사항을 주장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다. 그런데도 시대착오적인 운동권 학생들은 툭하면 과격 폭력행동을 하기 일쑤다.

대학.교수들은 더 이상 학생들의 불법.폭력행동을 엉거주춤 덮고 가거나 양보해선 안 된다. 학교 내에서 이런 불법행동이 묵인되니까 일부 학생이 학교 밖으로 나와서도 불법.폭력시위를 벌이는 것이다. 학생들과 충분한 대화는 하되 일정한 선을 그어 그 선을 넘을 경우 엄격하게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

운동권 학생들의 폭력행위에 대한 비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고려대가 지난달 출교(黜校) 처분을 내리는 등 강경 대응하는 대학도 나왔다. 많은 학생도 총학생회를 외면하고 폭력행위를 비난한다. 중앙대는 총학생회 학생 일부를 징계키로 했다지만 형식적인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제는 대학.교수가 학생들의 잘못을 꾸짖고, 민주사회에 걸맞은 책임의식을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대다수 학생의 피해를 막고, 우리 대학문화가 발전하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