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選 구청장들 "금배지 도전해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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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까, 말까."

서울시내 3선(選) 구청장 6명이 내년 총선 출마 사퇴시한(10월 18일)을 꼭 한달 남겨놓고 고민 중이다.

1995년 민선 구청장 선거 때부터 내리 세 번 당선돼 다음 지방선거엔 출마할 수 없어(4선 제한)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에 도전할까 망설이고 있다. 그러나 당선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당장 사퇴하자니 3년 가까이 남은 임기가 아까워 선뜻 결심을 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들은 한나라당 소속 조남호(趙南浩.65.서초).권문용(權文勇.60.강남).김충환(金忠環.49.강동).정영섭(鄭永燮.71.광진)구청장과 민주당 소속 김동일(金東一.62.중구).고재득(高在得.57.성동)구청장.

이들 가운데 강동구 金구청장이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7월 이부영(李富榮)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하자 곧바로 강동구 지구당위원장 자리를 신청했다.

그는 "40대 가장 젊은 구청장으로 일했으니 지천명(知天命.50)인 내년에는 더 큰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94년 서울시립대에서 도시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金구청장은 "현장 실무와 이론을 모두 겸비해 누구보다도 경쟁력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趙.權.金.高구청장은 일단 연막을 펴고 있다.

민.관선을 포함해 서초구에서만 다섯차례나 구청장을 지내 주민 가정의 숟가락 숫자까지 훤히 꿸 정도로 지역 사정에 밝은 것으로 소문이 난 趙청장은 출마설에 부인도 긍정도 않고 있다.

그는 "봉사할 기회를 찾고 싶어 집 앞을 나서려는데 탱크 두 대(서초 갑.을 현역의원 지칭)가 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듯하다"는 말로 심정을 대신했다. 일단 여의도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이지만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權구청장은 "강남을 동북아시아 최고의 정보기술(IT) 메카로 만드는 데 전념할 뿐"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그는 "구민들에게 직접 e-메일로 의견을 묻고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한나라당에 쟁쟁한 후보가 많아서 (최병렬 대표 등) 오히려 민주당 공천이 쉬울 것 같다"면서 웃었다.

또 "당분간 구정에만 몰두할 생각(金중구청장)" "모든 상황이 안개 속이니 말할 단계가 아니다(高 성동구청장)"는 반응도 있지만 이들 역시 여론 동향과 출마 예정자를 조사하며 저울질이 한창이다.

칠순을 넘긴 鄭구청장도 "이 나이에 정계 초년병은 되고 싶지 않다"면서도 "이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없다"는 측근들의 말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양영유.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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