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추석 귀성길 투망식 검문 불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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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민족의 명절 추석을 맞아 지난 9일 설레는 마음으로 오후 4시쯤 고향인 경남 고성으로 출발했다. 도로 사정이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귀향길 정체는 여전했다.

고속도로가 많이 막힌다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는 차를 국도로 돌렸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차들이 엉켜있는 곳 어디를 둘러봐도 경찰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고향에 닿은 것은 다음날 오전 1시쯤. 평소 다섯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니 한참이나 더 걸린 셈이었고 몸은 완전히 녹초가 돼 있었다. 그런데 마을 어귀로 진입하려는데 경찰이 불심검문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냥 살펴보는 정도도 아니고 모든 차량을 세우고 주민등록증을 받아 조회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왜 검문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 설명도 하지 않았다.

우선 힘들게 찾은 고향에서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무척이나 불쾌했다. 또 경찰은 명절 때 검문하면 고향을 찾는 범죄자들을 앉아서 잡을 수 있다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를 위해 낮부터 시작된 교통체증을 외면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었다.

배종칠.인터넷 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