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핫 이슈] 이라크 전투부대 파병 실리 따져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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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다시 일어나라, 한국군이여. 북한이 다시는 서해교전 같이 무모한 행동을 못하게 우리 군인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떨치고 오라."(rlatlsgy)

"그렇게 파병하고 싶으면 찬성하는 ×들만 골라 보내라."(hana177)

이라크에 대한 전투병 파병 논란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의무.공병대 파병을 앞두고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 온라인 미디어들이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파병에 찬성하는 의견이 훨씬 많아졌다.

미디어다음의 경우 지난 4월에는 전투부대 파병에 동의한 네티즌이 15.5%였으나 15~16일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26.7%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안보리 결의가 있을 경우'라는 조건부 찬성까지 합하면 찬성하는 네티즌이 54.2%에 달했다.

주요 일간지 인터넷사이트의 조사 결과에서도 파병 지지율이 대부분 60%를 넘는다.

지난 13일부터 조사를 시작한 중앙일보 인터넷 조인스닷컴의 경우 17일 오후 2시 현재 '전투병 파병 찬성'이 55.6%,'비전투병만 찬성'이 25.5%였다. 모든 종류의 파병에 반대한다는 네티즌은 17.7%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게시판의 글들은 여전히 이라크전의 명분 부족을 들어 미국의 요구에 의해 위험과 비용부담을 감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이런 심리는 현실을 풍자하는 다양한 파병 아이디어들에서도 엿보인다.

이를테면 "지원병과 징용병으로 구성해 보내라"는 내용의 글이 적지 않다. "빚 갚고 싶은 신용 불량자들의 지원을 받고, 투기세력이나 각종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국회의원 등을 징용하자"는 주장이다.

"미군도 사실상 귀화조건으로 이민자를 주축으로 구성했다는데, 용맹스러운 외인부대를 만들어 보내거나 생활이 어려운 30~40대 예비군 및 민방위대원 가운데 선발하자"는 의견도 있다.

또 전장에 자식들을 내보내는 외국 지도자를 예로 들며 "파병을 하더라도 지도층이 솔선수범하라"고 요구하는 내용도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토론이 단순한 찬반 논쟁에서 벗어나 한국의 실리를 고려한 이성적인 논의로 확대되고 있다며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한국전쟁 때 우리를 도와준 우방인 미국을 도와야 한다"는 식의 맹목적인 지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는 괘씸하지만 계속되는 경제불황과 북한 핵 문제 등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국의 눈 밖에 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논리가 다수의 눈길을 끌고 있다.

파병 불가를 주장하는 네티즌들도 현실적 국익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경제적 실리는 허상에 불과한 것이며, 미군 철수 등은 쉽게 현실화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레 겁먹고 미국의 요구에 끌려가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찬반 논란이 팽팽한 가운데 어쩔 수 없이 파병을 하게 되더라도 미국으로부터 최대한의 보상을 이끌어내자는 의견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북한체제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이라크 재건 후 석유 공급선 확보'등 구체적인 협상 목표를 제시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파병을 반대한다는 '엘프'라는 ID의 네티즌은 "파병문제는 국민의 여론만으로 결정되기는 힘들다. 모든 군사정책은 정치.외교.경제가 서로 맞물려 결정되는 것"이라면서, 파병이 불가피할 경우 우리 정부가 보장받아야 할 조건들을 두쪽에 걸쳐 적어놓았다.

그는 먼저 파병군의 안전문제, 둘째 주한미군 제2사단 병력의 한강 이남 배치에 대한 시기조정, 셋째 한.미군사협정의 개정, 넷째 미국 무기구매시 제작기술의 이전이나 보상무역 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