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자본, 미국 탈출 꼬리물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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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9.11 테러 이후 아랍 자본이 미국 시장을 빠져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서 이슬람회의기구(OIC)가 개최한 '이슬람권 투자회의'에 참가한 금융 전문가들은 "아랍의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서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회수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회의에는 이슬람회의기구의 57개국 회원국이 모두 참여했다.

아랍 자본이 미국을 탈출하고 있는 것은 9.11 테러 이후 아랍 자금의 흐름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감시가 강화되는 등 투자환경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아랍 투자자들은 한 때 최적의 투자국으로 손꼽히던 미국이 9.11테러 이후 '불편한'투자대상국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테러자금일 가능성이 있다는 명분 하에 미국이 아랍자금의 유입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고 일부 의혹이 있는 투자시설과 자본에 대한 동결조치를 취하고 있어 투자가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랍의 해외투자 규모는 총 4조2천억달러에 달하며 이 중 민간투자의 약 3분의 2인 1조2천억달러가 미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 제출된 한 보고서는 2001년 이후 세계 경제 침체로 아랍 투자자들은 총 4천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으며, 이 중 미국 투자분의 손실이 가장 컸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미국에서 자금을 회수한 투자자들이 아시아 및 이슬람권 등 제3세계 투자시장을 모색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가 호전될 때까지는 적극적인 투자를 자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슬람회의기구는 경제.정치.사회.문화.과학 분야에서의 이슬람국가 간 협력증진을 강화하기 위해 1969년 설립됐으며 현재 57개국 정부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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