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외무상 "美, 이란핵합의 탈퇴와 제재 재부과는 잘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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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고개를 숙이며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8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고개를 숙이며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을 방문 중인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8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핵합의 탈퇴를 비판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 측의 책임론을 우회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하니 대통령 만나 6·12 북·미 정상회담 경과 설명 #이란 매체 "이용호 방문, 미국에 협상 경고 주려는 것"

이란 국영방송에 따르면 이 외무상은 이날 오전 로하니 대통령을 만나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약 두 달간 진행되고 있는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데 이어 지난 7일 대이란 금융·경제 제재를 복원한 사실을 거론하며 "미국은 지금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의무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믿을 수 없고 신뢰가 낮은 나라로 인식된다. 그것은 미 행정부가 최근 수년간 보인 언행 탓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 외무상도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고 제재를 다시 부과한 것은 그릇된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이란의 관계가 더 깊어져야 하며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는 게 북한의 전략적 정책이다"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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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니 대통령은 이 외무상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우방끼리 관계를 발전시키고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며 "이란과 북한은 수십 년간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앞으로도 모든 분야에서 견고한 협력 관계가 깊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란 정부는 6·12 북미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합의문을 찢어버릴 수도 있는 인물"이라며 미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란 테헤란을 방문 중인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8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난 면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 테헤란을 방문 중인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8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난 면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 외무상은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폐막 직후 이란으로 직행했다. 그는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첫날인 7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만나 양국 우호 증진을 약속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고위급 관리를 이란에 보낸 것은 미국에 대한 조롱이자 향후 협상에 대한 경고 신호로 비칠 수도 있다"(이란 매체 타스님뉴스)는 해석 등이 나오고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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