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기 왕위전] 망망대해의 중앙에 꿈을 싣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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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37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4국
[제3보 (46~70)]
黑. 왕 위 李昌鎬 9단 | 白. 도전자 曺薰鉉 9단

바둑이란 큰 곳을 찾아내는 게임이기도 하다. 그러니 큰 곳을 알아보는 안목이야말로 참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나 바둑판의 변화와 전투는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승부 또한 아주 작은 것이 가른다. "한집은 땅이요, 두집은 하늘"이라던 서봉수9단의 말이 명언으로 다가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曺9단의 46, 이 수는 '참고도1'의 백1로 둘 수도 있다. 그때 흑은 무조건 2로 받아야 하고 백은 3으로 벌려 터를 잡을 수 있다. 흑A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아무튼 터를 잡는 데는 성공했다.

46에 대해 흑이 '참고도2'처럼 후퇴해 준다면 백은 6까지 좀더 근사하게 터를 잡을 수 있다. '참고도1'에 비해 4를 선수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이 차이 때문에 흑의 李9단은 47로 반발한다.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변화에서 54로 가만히 느는 수가 포인트이며 58로 씌워 60으로 막는 수순도 잊어서는 안 된다.

64도 긴요한 수다. 이 수를 A에 잇는 것은 흑64로 끊겨 중앙을 내주게 된다.

지금 백에는 중앙이 희망이다. A로 끊으면 아래쪽은 버린다.

돌이켜 보면 46에 끼울 때부터 曺9단은 망망대해의 중앙을 향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46~64의 변화는 흑의 실리가 제법 크고 백은 허공을 얻었을 뿐이지만 이 허공에서 의외의 노다지를 찾아낼 수 있다고 그는 믿고 있다.

65로 지키자 66으로 두칸 뛰어 백은 서서히 그물망을 짠다. 좌변 흑에 대해선 아직 모른 체한다.

"사방이 터졌는데 집이 될까."

"다른 길이 없잖아. 좌변 흑이 약하니까 또 모르지."

검토실의 대화 속에서 백의 중앙 건설이 요원한 꿈이라는 게 감지된다. 67에 백68, 70으로 되돌아서야 하는 것도 아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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