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료까지 나섰다... 'AG 불참 번복' 필리핀의 못 말리는 농구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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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시아컵 당시 한국과 8강전을 치렀던 필리핀 농구대표팀(흰 유니폼).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지난해 아시아컵 당시 한국과 8강전을 치렀던 필리핀 농구대표팀(흰 유니폼).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필리핀은 농구가 국기(國技)다. 농구가 국민스포츠나 다름 없고, 아시안게임 4차례 금메달 등 실력에서도 무시 못 할 나라다.

그랬던 필리핀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출전을 포기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전격적으로 불참을 선언했다 팬들의 반발에 결국 정부까지 나서 불참을 철회했다. 리키 바르가스 필리핀농구협회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팬들의 강력한 요구를 깨달았다"면서 18일 개막할 아시안게임 참가 의사를 밝혔다. 당초 필리핀은 지난달 말, 갑작스럽게 아시안게임 불참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초 열린 호주와의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 도중 상대와 난투극이 벌어졌고, 결국 FIBA로부터 선수 10명이 최소 1경기에서 최대 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에 필리핀농구협회는 정상적인 전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보고, 아예 참가 자체를 취소했다.

지난달 2일 열린 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 경기에서 집단 난투극이 벌어진 필리핀-호주 경기. [AP=연합뉴스]

지난달 2일 열린 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 경기에서 집단 난투극이 벌어진 필리핀-호주 경기. [AP=연합뉴스]

그러나 농구의 인기가 높은 필리핀에서 팬들의 거센 비판 여론이 일었다. 급기야 정부 관료들까지 나서 필리핀의 아시안게임 농구 불참 철회를 촉구했다. 스포츠 매체인 인사이드더게임은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인 크리스토퍼 고를 비롯해 알란 카예타노 외무부 장관도 필리핀농구협회의 마음을 바꾸기 위한 역할을 했다"면서 "고 보좌관이 우리의 생각을 재고할 것을 요청했다"는 바르가스 농구협회장의 발언도 전했다.

필리핀은 FIBA 랭킹 30위로, 아시아 국가 중 호주(10위), 이란(25위), 중국(29위) 다음으로 순위가 높다. 한국은 33위다. 필리핀은 불참 번복으로 7일 14명의 선수를 꾸려 곧바로 훈련에 돌입했다. 필리핀은 이란, 아랍에미리트, 시리아와 함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B조 조별리그를 치른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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