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수학] 등번호의 수수께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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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안정환 19번, 최희섭 19번, 마이클 조던 23번, 박찬호 61번… 이 선수들 백넘버의 공통점은 '소수(1과 자기 자신 밖에는 약수를 갖지 않는 수)'라는 점이다. 소수를 영어로는 'prime number'라고 하는데,'prime'에는 '중요한'이라는 뜻이 있다.

스타급 플레이어들은 팀의 경기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소수와 비슷한 역할을 하니 이들의 백넘버가 소수인 것은 실로 묘한 우연의 일치다.

야구의 타율.출루율.방어율.피안타율은 모두 '율'자 돌림이다. 선수들의 지난 경기 내용에 기초해 계산한 값이다. 또 그 선수가 다음 경기에서 어떤 수준의 플레이를 펼칠지 알려주는 일종의 확률이기도 하다. 야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 확률은 빈번히 등장한다.

테니스는 '15-30-40'순으로 점수가 올라가고, 여기서 한 점을 더 얻으면 승패가 결정된다. 물론 '40대 40'의 듀스가 되면 두 점을 연속해 따야 승패를 가릴 수 있다. 여기까지의 과정을 '게임'이라고 하는데, 여섯번의 게임을 먼저 이기는 사람이 한 세트를 이기게 된다. 또 세트를 기준으로 할 때 대개 3전2승제로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된다.

두 선수 A와 B가 테니스 경기를 한다고 하자. A와 B가 한 점을 딸 확률이 각각 0.4와 0.6이라면, A가 시합에서 이길 확률은 얼마나 될까. 시합에서 승리할 확률도 한 점을 딸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계산에 따르면, A가 한 게임을 이길 확률은 약 0.264이고, 한 세트를 딸 확률은 0.034밖에 안된다. 게다가 3전2승제로 시합을 할 때 이길 확률은 0.004에 불과하다. 한 점을 딸 확률에서의 미미한 차이가 게임, 세트로 이어지면서 계속 누적돼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형택이나 조윤정 같은 국내 간판 테니스 플레이어들은 자신보다 랭킹이 훨씬 높은 선수를 당당히 이기기도 하고, 또 하위 랭킹 선수에게 어이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스포츠의 진정한 재미는 바로 이런 확률을 넘어선 예측 불가능성에 있다고 하겠다.

박경미 홍익대 교수 수학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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