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굴뚝산업 구조조정, 첨단 연구소 유치로 극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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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는 1996년 독일 잘란트 지역에서 기공식을 했다.

국가 과학기술 세계화를 촉진하고 독일 및 유럽연합(EU)과 공동연구 및 과기협력 활성화를 위한 현지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이곳은 프랑스.룩셈부르크와 국경을 접한 곳으로 루르 지역과 함께 석탄.철강을 기반으로 하는 대표적인 '굴뚝산업'지역이었다.

지금은 침체된 산업구조 조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나노.바이오.정보 기술 등 첨단기술로 혁신을 이룬다는 전략이다.

잘란트 주정부의 첨단기술 육성정책에 따라 거점대학인 잘란트대와 막스프랑크연구소.프라운호퍼연구소 등 유수의 연구소들이 과학단지 내에 들어서 있다.

잘란트 주정부는 KIST 유럽연구소를 유치하면서 대학에 인접한 과학단지 내 3천평 부지를 염가(평당 약 4만5천원)에 제공했다. 또 건축 인허가 과정에 관계된 부처 공무원 전원을 같은 시간에 주정부 경제성으로 소집, 일괄 처리케 하는 등 최대한의 행정편의를 제공했다.

한국의 외환위기로 연구소 건설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을 때도 주정부는 EU의 산업구조조정자금 등의 재원을 동원하여 약 20억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긴급 지원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정성을 쏟았다. 이런 도움으로 연구동.실험공장.사무실 및 세미나실을 갖춘 현대적 연구소 건물(7백50평 규모)이 2000년 완공될 수 있었다.

잘란트 지역의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주정부는 주정부 소속의 연구기관 설립과 연방정부의 공동 재정지원을 병행했다. 막스프랑크 연구협회 산하 한개 연구소와 프라운호퍼 연구협회 산하 두개 연구소를 유치한 것이다.

이들 기관은 독일 과학기술계의 양대 축을 이루며 각각 뮌헨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주정부 산하 연구소의 한계를 극복하고 독일 전국 네트워크의 일원이 됨과 동시에 세계적인 연구기관을 보유하는 등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게 됐다.

잘란트 주정부는 한국 과학기술부와 EU의 과학기술 협력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KECO(한.EU 과학기술 협력사무소)를 KIST 유럽연구소 내에 설립하기도 했다. KIST 유럽연구소도 유럽의 전략적인 국제협력 거점으로서 입지를 강화하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KIST유럽연구소 변재선 그룹장 <독일 잘란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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