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개 고교생 'OECD 수학시험' 전국 순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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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고교의 학력 차가 극심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나라당 이주호(교육위) 의원은 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한국 고교 간 학력 차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 간의 차이가 너무 크다. 이를 무시한 채 상대 평가에 따라 학교별로 내신 성적을 산출하는 게 합리적인지 의문도 제기된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별 차이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별 차이가 있더라도 수학능력시험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PISA에서 드러난 학력 차=2003년 한국의 138개 고교는 OECD가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수학 평가를 치렀다. 전 세계 만 15세 학생(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의 외국어고인 Q고는 응시 학생 71.8%가 전국 상위 4%(2008년 기준 내신 1등급에 해당) 안에 들어갔다. 또 23.1%의 학생들이 내신 2등급에 해당하는 전국 상위 11% 안에 들었다. 1등급과 2등급을 합치면 전교생의 94.9%다. 반면 5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도시의 일반계 Z고는 성적 분포가 전혀 다르다. 이 학교에선 전국 상위 11% 안에 든 학생이 한 명도 없다. 반면 전교생의 30.7%는 전국 성적 하위 89~100%에 포함돼 있다. Z고처럼 PISA 시험에서 상위 11% 안에 단 한 명의 학생도 포함되지 못한 고교는 시험을 치른 138곳 중 45곳이었다.

◆ 동일한 평가 가능한가=서울대 등 24개 대학이 2008년 입시에서 내신을 전체에서 50% 이상 반영키로 했다. 교육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이다. 내신은 각 학교 내 상대평가다. 따라서 전국 성적 11% 안에 드는 Q고 학생 중 상당수가 내신 3~9등급을 받게 된다. Z고의 경우 전국 성적이 40% 안에 들어가 있어도 내신 1등급을 받는다.

◆ "왜 이러나" "괜찮다"=PISA 자료를 분석한 이주호 의원은 "대학입시에서 내신 비중을 높이는 건 방향은 옳지만 학교 차이를 무시하고,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화외고 2년생 학부모 유모(45)씨는 "우수 학생들이 모인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에서 동일하게 상대평가를 하면 피해는 우수 학생들만 본다"며 "우수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더라도 평준화만 유지하겠다는 사고방식은 잘못 아니냐"고 말했다.

교육부 김화진 대학지원국장은 "특목고와 일반고의 학력 격차는 수능과 대학별 고사(면접.논술 등)로 얼마든지 보완이 가능해 문제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8 대입부터 과학고.외국어고 등 특목고 학생들이 동일 계열 진학 시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내신에서 불이익이 없다"며 "의대.법대 등 다른 전공을 택하는 학생들까지 보호해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OECD가 실시하는 만 15세 학생의 읽기.수학.과학 등 평가다. 3년마다 실시하고 최근 조사인 2003년 조사 결과는 2004년 12월에 발표됐다. 2003년 조사에선 한국이 수학.과학 등 주요 분야에서 핀란드와 함께 1, 2위를 차지했다. PISA는 구체적인 학교명을 밝히지 못하게 돼 있어 Q고와 Z고로 익명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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