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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문제와 동북아 평화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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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독도 문제는 두 차원을 함축한다. 하나는 교과서, 위안부, 참배, 망언과 같은 일본의 일반적 인식과 정책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독도는 분리된 영토 문제가 결코 아닌 것이다. 둘째는 국제적으로 한국 문제가 격동하는 취약시기에 국익과 영향을 확대하려 해온 일본의 독특한 행동 양태를 상징한다는 점이다.

일본의 시마네현 편입으로 야기된 독도 문제는 1905년 러일전쟁을 포함한 한국 위상의 재편 시기에 영.일동맹과 태프트-가쓰라 조약을 위요한 일련의 외교.국제조치와 함께 대두해 한국전쟁이라는 또 하나의 격변의 시기에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봉합된 바 있었다. 둘 모두 한국으로서는 국가 존망이 걸린 시점이었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영토 조항의 초안에는 전범국가 일본의 권리와 권원 포기 대상에 독도가 당연히 포함돼 있었다. 이후의 초안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주일 미국정치고문 윌리엄 시볼드를 동원한 일본의 집요한 로비로 번복을 거듭하다 미국의 수용으로 최종 조약에서 독도는 제외됐다. 일본이 매달리는 것은 이 최종 조약이다. 그러나 최초 야기, 식민 강점, 반환 대상 제외라는 일련의 행위가 합법적이고 정당하며 사실에 바탕하고 있다는 근거는 없다. 더구나 독도 문제는 국제관례조차 존재하지 않는, 전례 없이 침략국가가 야기한 침략국가와 식민국가 사이의 영토분쟁이라는 점에서 일반 사례와 사뭇 다르다. 화해와 평화를 위해 침략전쟁에 대한 참회로 오데르-나이제 동쪽을 포기한 독일과의 비교는 고사하고, 일본이 독도 문제를 만들어 내고 봉합한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문제를 다시 야기하는 것은 근대문명국가로서의 이성과 행동준칙은 물론 최소한의 도덕적 공존 근거조차 박탈한다.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총리는 이웃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일본을 위해)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보았는 바 경제 부흥, 미.일 관계 복원 및 국제사회 재등장에 더해 독도마저 선물로 간주했는지 묻게 된다.

이제 차분히 궁극적 해법을 모색할 때다. 먼저 국가 차원에서 국제사회의 행동준칙과 법률 체계에 바탕한 해결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 전개를 포함해 시마네현 편입, 식민통치, 51년 평화조약에 이르는 문제들에 대한 포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자기 정당성을 국제적 인정으로 간주한 결과 그동안 너무 미약하지 않았는지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동북아와 국제 차원의 시민연대를 통한 평화 및 인권운동으로서 역내 과거청산운동으로의 확대 발전이다. 일본발 과거사 문제와 영토분쟁이 끊임없이 역내 평화구축 및 화해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셋째, 일본평화헌법 수호의 절대적 필요성이다. 독도 문제가 보여주듯 영토 욕망에 더해 가공할 수준의 일본 무력 진출까지 허용될 경우 동북아 평화질서는 크게 위협받을 것이다. 넷째, 동북아 안보.인권.평화 증진을 위한 다자기구 건설의 필요성이다. 동북아 과거사 및 영토 문제는 역내 인권과 화해.평화증진을 위해 공동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의 독도 문제 국제화 전략을 활용, 51년 조약에서 거슬러 올라가 차라리 일본 제국주의가 유증한 역내 문제 전반에 대한 국제(법)적 검토 및 극복의 계기로 삼는 것이 동북아 화해와 평화, 공동 번영을 위한 요체일는지 모른다.

박명림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