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 "아버지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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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오른쪽)가 1997년 5월 19일 뉴욕에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의 스폰서 계약을 발표하면서 아버지 얼 우즈를 얼싸안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들에게 걸음마보다 골프 스윙을 먼저 가르친 남자, 챔피언이 되는 방법보다 인생의 가치에 비중을 두고 아들을 교육시켜 위대한 챔피언을 만든 사나이.

타이거 우즈(31.미국)를 '골프황제'로 키운 그의 아버지 얼 우즈(74)가 8년간 전립선암과 싸우다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이프러스에서 세상을 떠났다.

우즈는 "아버지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였고 가장 본받고 싶은 사람이었다. 가슴 깊이 그를 추모한다"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아버지를 추모하는 글을 남겼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스포츠 스타는 많지만 우즈와 아버지의 관계는 그 중에서도 특별하다. 얼은 태국 출신인 쿠틸다와 재혼해서 43세에 우즈를 낳았다.

첫 번째 결혼에서 3자녀를 뒀지만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던 그였다. 그러나 타이거만은 무척 아꼈다. 어머니 쿠틸다는 "둘 사이엔 부자지간의 연 이상의 어떤 업(業)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얼은 갓난 아이를 요람에 태우고 창고로 가 자신의 골프 스윙을 보여줬다. 만 두 살인 아들에게 골프를 가르치기 시작할 때는 아이언이나 우드보다 퍼터를 먼저 만지게 해 스윙코치가 가르칠 수 없는 그린의 감각을 익히게 했다.

얼은 1998년 전립선암 선고를 받고 방사선 치료를 하면서도 최근까지 코스에 나와 아들을 응원했다.

우즈는 효자였다. 3월 아버지가 위중하다는 소식에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린 플로리다 소그래스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문병을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달 마스터스 대회에서는 "이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항상 아버지가 옆에 계셨는데 아버지가 곁에 계시지 않아 힘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즈는 아버지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퍼팅 난조로 마스터스 우승을 놓쳤다. 우즈는 US오픈 때까지 아버지 간호를 위해 대회 출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지켜볼 수 있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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