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자원개발 기업 '페루 불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페루에서 원유를 생산 중인 국내 기업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다음달 실시되는 페루 대통령 선거에 나선 좌파 후보 오얀타 우말라가 "당선되면 에너지 산업을 국유화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우말라의 당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유화를 한다고 다 몰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산량의 일정 부분을 유전 보유국이 가져간다. 페루에는 석유공사.SK㈜.대우인터내셔널 등이 약 11억 달러(1조원)를 투자해 카미시아 육상 광구 등 두 곳을 확보,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아르헨티나 석유회사 등과 손잡아 유전 생산권을 얻었다.

지난해 여기서 생산한 원유 중 우리 기업 몫으로 돌아온 것은 총 460만 배럴. 우리나라가 지난해 해외에서 생산한 원유량(3100만 배럴)의 약 15%다. 페루가 유전을 국유화하면 우리가 가져올 원유량은 대폭 줄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 국유화를 선언한 베네수엘라는 생산량의 40%만 투자 기업에 주고 60%를 거둬 가기로 했다. 석유공사는 베네수엘라 오나도 육상 유전에 아르헨티나 업체 등과 함께 투자해 생산량의 14.1%를 확보했지만 국유화에 따라 생산량의 5.6%만 차지하게 됐다. 이달 1일 에너지산업 국유화를 선언한 볼리비아에도 자원개발 업체 동원이 유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유전이 거의 고갈돼 사업 철수를 준비 중이어서 국유화 조치에 따른 큰 피해는 보지 않았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미에 자원국유화 바람이 거세 남미지역에서의 에너지 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한편 산업자원부는 남미 국가들의 잇따른 자원 국유화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합동 대책반을 만들어 4일 첫 대책회의를 했다. 대책반에는 산자부.외교통상부와 석유공사 등 남미에 진출한 6개 자원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페루와는 2003년 양국 간 자원협력위원회를 만들어 매년 한 차례씩 자원개발 협력방안을 논의한다"며 "좌파 정권이 들어서도 자원협력위를 최대한 활용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