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미·중 무역분쟁, 통화전쟁으로 번질 가능성 적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통화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 카드’를 쉽게 꺼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될까 경계 #위안화 절하 땐 내수·금융 흔들려

한국은행은 29일 발간한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한 중국의 대응전략과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이 현 단계에서 무역분쟁 대응수단으로 환율 절하조치를 활용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27일 위안화 환율은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던 4월2일보다 7.82% 하락했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폭탄을 주고받는 가운데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자 무역 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가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중국의 환율 조작 여부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당분간 몸을 낮추고 신중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미국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심층분석대상국(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과 자본유출 위험, 수입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고려하면 중국이 환율 절하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공개한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가 제한되고 미국의 정부 조달시장 진출 제한 등 제재를 당한다. 경제적 타격이 크다.

게다가 위안화 약세는 자본유출과 수입물가 상승 등 국내 경기와 금융 시장을 뒤흔들 불안 요인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최근 “수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위안화 값이 내릴수록 중국은 외환보유액 방어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위안화 절하가 결코 중국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행은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장기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상당히 억제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성장세가 급락하면 위안화의 추가 절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