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조속 청산 공감…방법엔 이견|국회대표 연설에 나타난 4당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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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당대표들은 25,26일 이틀간 국회대표연설을 통해 올림픽 개최이후의 정국운영 구상을 피력했다.
여야대표들은 국정감사기능의 순기능에 대해 견해를 같이하고 그 결과 밝혀진 부정·비리의 엄정한 처리를 다짐했다.
여야대표들은 특히 당면 최우선과제가 5공화국유산의 청산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 했으나 여야간에는 청산의 방법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여 앞으로의 정국전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주목되고 있다.
4당 대표들은 또 정부의 북방정책을 평가했으나 통일문제의 접근이나 현실인식에 대해서는 조금씩 다른 색깔을 내보였다.
특히 지자제 실시에 대한 4당간의 정책적 차이가 부각된 것은 주목할 현상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구속자 석방과 농어촌 부채 등에 관해 4당간의 미묘한 시각 차를 드러내 보여 이번 4당대표연설을 계기로 4당간의 노선차이가 비로소 정착하는 기미를 보였다는 평가다.
우선 여야간에 현격한 대립 점을 보인 5공 유산의 청산문제를 보면 여야가 조속한 해결이라는 공통된 인식에도 불구하고 윤길중 민정당 대표위원은 비리척결을 국회의 임무와 기능인 것으로 떠넘겨『남의 일처럼』(김종필 공화당 총재지적)중성화 시키면서『우리의 정치가 흘러가 버린 과거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 해결방법론에서 상당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그러나 김대중 평민·김영삼 민주·김종필 공화당총재는 한결같이 그 청산의 책임을 노태우 대통령에게 귀속시켰다.
3김 총재들이『지난 8개월간 내정에는 실적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전씨 개인의 책임과 조치를 촉구했던 것과는 달리 5공 유산청산에 노 대통령의 구체적이고 능동적 역할을 강조했다.
노 정권이 5공과의 연계성으로 보나, 현실적으로 수사권능을 보유했다는 측면으로 보나 그 청산에 앞장서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는 올림픽개최 등으로 고삐를 늦췄던 야당 측의 대 정부공세가 내년의 지자제 및 중간평가 실시 등을 앞두고 가해지는 첫 단서로도 해석되어 관심을 끌고있다.
윤 민정당 대표는 또, 전두환 전대통령 부분에 대해서 한마디 언급도 없었고 광주문제해결방안의 제시는 물론 언급도 없었다. 이 같은 무 언급이 현정권과 전씨와의 미묘한 관계로 인해 노 대통령이 소리 안 나게 해결하려는 방침 때문인지는 몰라도 유산청산에 미온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야당 총재들은 전씨 일가의 비리가 청산되지 않고는 새 시대에의 전진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고 노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했고, 그 해결방안으로는 전씨의 사죄-재산헌납이라는 도식을 다시 정형화했다.
광주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사과-광주시민 명예회복-보상이라는 해결방안을 다시 제시해 5공 비리의 포괄적 해결에 있어 정치적 타결의 길이 있음을 거듭 시사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야당총재들의 이 같은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정국이 크게 영향받을 전망이다.
통일정책과 관련, 민정·공화당 측이 보수적 입장을 보였는데 특히 김종필 총재는 통일지상주의를 경계하고 남북한간 현실에 환상을 가져서는 안되며 정치군사회담과 교류의 병행론에 이의를 제기해 평민·민주당 측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반해 평민·민주당 측은 노 대통령의 북방정책에 궤를 같이하면서 나름의 통일론을 제시했는데 김대중 총재는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거둬들였던 자신의 공화국연방제를 다시 제기했고 김영삼 총재는 공산권에 대한 야당외교를 제창했다.
4당의 입장차이가 가장 뚜렷이 드러난 것은 지자제 문제다. 민정당 측은 지역감정, 자치단체간 행정 및 재정자립도 차이를 들어 시-군-구의 지방의회실시만 강조해 지자제의 전면실시에 반대하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평민당 측은 시-도, 시-군-구 의회 및 자치단체장 직선의 전면실시를 강력히 제기해 이 문제가 5공 유산청산 문제와 함께 최대현안이 될 전망이다.
김영삼 총재는 지자제의 조속한 실시만 주장해 민주당의 방안이 평민당 측과 다름을 시사했고 공화당 측은 직할 및 특별시도의 광역자치단체부터 실시해야 한다는 단계론을 밝혀 야3당간에 이견이 없지 않으나 적어도 서울특별시-직할-도의 자치단체장선거와 의회구성부터 해야한다는데는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또 구속자 문제에 각 당은 양심수의 기준에 대해 조금씩 이견을 보여 각 당의 노선 차이를 분명히 했다.
즉 구속된 당사자의 자의적 의사표명을 석방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민정), 본인이 공산주의자라고 자인하지 않은 사람은 모두 석방해야한다(평민), 정부수사기관에 희생된 양심수와 반민주실정법에 의해 억울하게 수감된 양심수는 석방돼야 한다(민주), 시국사범은 전원 석방돼야 한다(공화).
구속자 문제에 대해 평민당을 제외한 민정·민주·공화당이 비슷한 시각인데 특히 민주당이 평민당과 같던 종래의 주장에서 후퇴, 농가부채에 대해「탕감」에서「경감」주장으로 돌아선 것 등은 민주당의 노선정립과 관련되는 사항으로 파악되고 있다.
4당 대표들은 경제·사회문제 등에서는 대동소이하며 특히 어떠한 폭력에도 반대한다는 공통의 인식을 확고히 했다는 것도 주목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4당 대표연설을 총체적으로 보면 앞으로의 정국동향은 전씨 일가 등 5공 비리청산문제와 지자제실시방안을 둘러싸고 움직여갈 것으로 보이는데 여야간 또는 야당 내부간의 입장차이가 정국변화에 따라 어떻게 투영돼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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