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사 총괄이론 정립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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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학술원 「동아시아의 비교문화」 학술대회 요지>
학술원은 20일 「동아시아에서의 비교문화」라는 주제로 제16회 국제 학술대회를 열었다.
모두 3개 분과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는 제1분과(「동아시아 문화들의 동질성과 이질성」)에서 유승국(학술원 정회원) 「미치오·스에나리」(일본 성심여대교수)씨가 각각 「동아시아 3국의 전통적 사고방식과 가치관의 비교」「동아시아 3국의 정향의 차이」를, 2분과(「한자와 문학, 언어의 문제」)에서는 조동일 서울대교수가 「중국·한국·일본소설의 개념」을, 3분과(「동아시아 건축문화 비교」)에서는 윤장섭 학술원 정회원이 「창덕궁의 궁전건축」을, 「파오테한」자유중국 국립자연 과학박물관장이 「구체화와 적응-중국건축의 두 가지 전파유형」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 개회사에서 서돈각 학술원 회장은 『이번 회의는 세계 여러 나라의 학술원과 제휴, 교류와 친선을 도모함으로써 인류문화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개최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차주환 학술원정회원은 『근대에 접어들어 같은 한자문화권인 한국·일본·중국이 각기 자체적인 문화를 내세우고 서로를 배제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하고『이런 이질성이 한자문화권내의 비교문학연구를 가능케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조동일 교수의 논문 요약.
『중국·한국·일본 「소설」의 의미=역사상 중국·한국·일본에서 쓰인 「소설」은 첫째 대단치 않은 수작, 둘째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나 화제 거리를 수록한 기록, 셋째 흥미로운 이야기를 허구로 창작해 광범위한 독자에게 감동과 교훈을 주는 작품, 넷째 서양의 nove1을 번역한 용어의 네 단계 의미변화를 했다.
3국은 문학사의 일정 단계마다 네 가지 의미를 비슷하게 채택하면서도 서로 차이점을 보였다. 한문학에서는 첫 번째 개념으로만 쓰였고 자국어문학이 나타나면서 다른 의미들이 쓰이게 되었다. 그런데 둘째 의미는 중국에서, 셋째 의미는 한국에서 생겨났고 넷째는 일본에서 생겨났다.
오늘날 서양에서 시작돼 동양을 비롯한 다른 나라로 옮겨졌다는 「소설」에 대한 폭넓은 인식에 대해 동양 3국의 사례에서 오히려 동양에서 서양보다 앞질러 소설을 창안, 발전시킨 장르였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이는 근대문학은 곧 서양문학이라는 편견을 시정하는 결정적 논거가 된다. 그런데도 적절하지 못한 개념의 방해를 받아 동양에서의 소설사가 왜곡되고 총괄하는 이론이 없어 동양에서 발생된 소설의 의의가 논증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3국은 공동의 과업을 명확히 설정, 협동연구를 통해 세계문학의 바른 이해를 돕는 3국의 소설에 대한 총괄이론을 수렴해야 한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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