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유가 한동안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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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내 유가인하 앞둔 국제시장 전망>
국제원유가가 급락과 반등의 불안정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중인 국내유가 인하조치도 인하 폭이 5%에서 10%사이를 오르내리는 불투명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급격한 하락·상승을 보이고 있는 국제원유가의 등락요인과 전망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최근의 유가동향을 보면 10월 5일 9·30달러, 6일 9·20달러로 계속 내림새를 보이다 10월 11일부터 10·1달러로 반전, 11월 OPEC총회를 앞둔 현재는 지난 9월 이전수준인 12∼13달러로 되돌아갔다.
최근 유가급락의 가장 큰 이유는 산유국들의 증산경쟁과 이에 따른 수급불균형이다. OPEC 13개 회원국들이 현재 생산하고 있는 원유생산량은 하루 2천만∼2천1백만 배럴로 이들 국가들이 86년 공시가 유지를 위해 정해놓은 쿼터량 1천6백60만 배럴(이라크 포함)보다 3백40만∼4백40만 배럴이나 늘어난 물량이다.
이처럼 각 국이 쿼터를 무시하고 생산을 늘려 값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우선 시장점유율부터 늘려놓고 보자는 경쟁심리 때문임은 물론이다.
게다가 7월 18일 휴전이후 전후복구사업에 급급한 이란·이라크 양국이 모두 통상쿼터량 (2백50만 배럴)을 훨씬 초과한 3백만 배럴 이상을 생산, 증산경쟁에 가세함으로써 국제원유가의 폭락을 가속시켰다.
어쨌든 이 같은 수급불균형에서 오는 가격하락을 막자는 뜻에서 소집된 것이 20일 열린 OPEC가격위원회와 장기 전략합동위원회다.
이 회의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속셈대로 더 이상의 가격하락은 산유국전체의 손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쿼터상한의 조정과 공시가 유지를 다짐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17일 페르시아만 5개 OPEC 회원국들은 OPEC 13개 산유국 생산량 상한을 하루 1천8백50만∼1천9백만 배럴로 늘려 잡고 공시가도 현행 l8달러 선을 고수키로 결의한바 있다.
하루 1천9백만 배럴 수준으로 생산량을 약10% (2백만 배럴) 줄인다면 유가는 서서히 상승하여 현재보다 30%이상 상승, 현물가격을 15∼16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OPEC회원국들이 이 정도의 수준에서 재 결속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장애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큰 장애는 산유량 감축을 둘러싼 상호 불신이다. OPEC총회를 앞두고 각 국별 쿼터가 재조정 될 것에 대비, 각 산유국은 될 수 있는 한 산유량쿼터를 늘려놓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월중 OPEC 산유량이 하루 1천9백만 배럴이었을 때 이라크는 이란과의 동등 쿼터량인 하루 2백37만 배럴을 훨씬 초과한 2백60만 배럴을 생산했고 앞으로 이를 더욱 늘리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란·이라크의 현실적 증산필요성이 OPEC의 공시가격유지라는 명문에 앞서는 경우, 이란·이라크의 OPEC 합의거부-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의 증산계속으로 이어져 현재의 배럴당 10∼13달러의 유가가 상당기간 지속되거나 그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유가의 공시가선회복을 점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OPEC 각 국이 모두 현재의 저 유가를 원치 않고 있는 상황이므로 11월 총회에서 어떻게든 쿼터량을 인상하는 선에서 합의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유가의 장기전망을 전문으로 하는 권위기관 EIA와 일본석유연맹·WEFA 등이 모두 88년 말 유가를 16달러 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점치고 있고 89년 하반기에는 17∼18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데서도 우리가 바라는 대로 저 유가 행진의 낙관만은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유가가 오르더라도 18달러 기준 가에 미치기는 요원하다는 의견이고 보면 당분간 지속될 국제 저 유가 체제의 청신호는 국제유가하락에 따른 국제원자재가격 약세와 국내 물가안정으로 이어져 3고의 역풍을 상당부분 잠재울 우리경제의 호재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고 볼 수 있다.

<방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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