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물난리에 발동동] 강원 영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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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원망스럽습니다. 하지만 어떡하겠습니까, 다시 일어나야지…."

16일 오전 6시30분쯤 강원도 태백시 철암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승용(52.강원도 태백시 철암동)씨는 이른 아침부터 흙탕물을 뒤집어쓴 상점 구석구석을 닦아내고 있었다.

"지난해 수해로 망가진 가게를 빚을 내 고친 지 몇 달 만에 또 이런 물난리를 당하다니…."

李씨는 지난해 보상비 1천2백만원과 대출금 3천만원으로 반쯤 부서진 가게를 고쳐 11월 영업을 재개했다. 그는 "그동안 어렵게 이자만 갚아왔는데 또 당했다"며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살 곳은 이곳뿐'이라는 생각에 다시 털고 일어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1백50여 상가가 입주한 이 시장의 상인 모두가 평생 한번 겪을까 말까 한 수해를 2년 연속 겪었다. 지난해 태풍 '루사'에 이어 올해는 '매미'가 할퀴고 간 것이다.

일부 상인들은 "시장 바닥의 높이를 2m 정도 더 높여주든지, 아니면 철암천의 폭을 넓혀 물이 잘 빠지도록 하는 등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도 상인들은 인근 복지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해가며 물건을 씻고, 가게 안팎을 정리하는 등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5백80채의 집이 유실되는 등 지난해보다 더 큰 피해를 본 삼척시 도계읍도 군장병들의 지원을 받아 빠르게 옛 모습을 되찾고 있다. 신발도 신지 못하고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는 안승대(63.도계읍 도계3리)씨는 "아무것도 건지지 못해 살아갈 일이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에도 집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당한 이용기(39.삼척시 미로면 하거노리)씨는 "피해 정도가 지난해보다 덜해 다행"이라며 지원 나온 전경대원들과 함께 집안에 쌓인 흙더미를 밖으로 나르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난해의 수해 복구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똑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성토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22가구에 이어 올해 26가구가 침수되는 피해를 본 삼척시 미로면 하거노 1리 주민들은 "수해복구를 위해 임시로 설치한 철제 다리가 물의 흐름을 막아 피해가 커졌다"며 당국을 원망했다.

주민들은 "오십천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만든 길이 1백54m의 임시 다리에 산불 피해목을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걸려 댐 역할을 했고, 결국 물길이 마을 한가운데를 강타했다"고 주장했다.

삼척농협 미로지소 신용과장 장만용(43)씨는 "비가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또 수해를 당한 것은 수해복구가 늦은 데다 이마저 날림으로 한 결과"라며 "이번 피해는 천재가 아닌 인재"라고 말했다.

강릉.태백.삼척.정선=이찬호.홍창업 기자<kabear@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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