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성황…열띤 박수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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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엔총회 연설>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의 평화와 화해를 제창한 노태우 대통령의 제24차 유엔총회 본회의 연설은 18일 오전 11시(한국시간 19일 0시)에 시작.
노대통령은 「카푸토」총회의장이 『대한민국 노태우 대통령이 「한반도에서의 평화 화해와 대화의 촉진」에 관해 연설한다』고 발표하자 곧 「테이머」유엔의전장의 안내를 받아 의장석 오른쪽 의장전용 출입문으로 본회의장에 입장.
노대통령은 잠시 연단 옆 임시의자에 앉았다가 다시 의전장의 안내로 연단에 나아가 일체의 의례적 인사말은 생략한 채 연설에 들어가 한국에서의 식민통치·해방, 그리고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진 한반도 비사를 설명.
그의 연설은 공노명 주 뉴욕 총영사가 영어로 동시 통역하고 이를 다시 불·중·소·스페인어 등 6개국어로 통역, 이어폰을 통해 각국대표들에게 전달.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본회의장 내의 각국대표는 물론 업저버 석의 북한대표(박길연 유엔대사·강석주 외교부부부장 등 6명)들도 차분히 경청하거나 간혹 펜을 들어 무언가 메모하는 모습.
약 30분에 걸친 노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본회의장에 앉아있던 각국대표와 업저버 국가석, 연단 맞은편 2층 방청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으며 우리 공관원·수행원 및 미국의 한국 관계자들은 기립박수.
노대통령이 연단에서 물러 나와 의자에 잠시 앉아있는 사이에도 박수가 그치지 않자 노대통령은 의자에서 일어나 만면에 웃음을 띄고 오른손을 높이 들어 답례.
그러나 북한대표들만은 박수를 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해 대조적.

<유엔연설반응>
총회연설 후 인도네시아 라운지에서 열린 노대통령의 축하인사 접견에는 캄푸치아의 「손·산」수상을 비롯, 90여개국의 수석대표가 참석해 성황.
「테이머」유엔의전장은 『이렇게 긴 접견행렬을 본적이 없다』며 『7개 특위가 동시에 열리고있음에도 1백59개 회원국 중 쿠바·루마니아대표를 제외한 전원이 총회에 참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며 금년총회에서 연설한 「레이건」미대통령, 「미테랑」프랑스 대통령 등에 버금가는 성황』이라고 평가.
「월터스」미 대사는 『내가 3년반 동안 유엔대표로 들었던 박수가운데 가장 열광적이고 긴 박수였다』고 했고 「다니구치」일본대사는 『성공적 연설을 축하하면서 6개국 회담이 제의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인사.
또 중국의 이녹야 대사는 북한의 입장을 의식, 소련대표와 함께 접견 장에는 나오지 않았으나 우리의 박쌍룡 주 유엔대사에게 『노대통령의 연설을 매우 유념해서 들었는데 거기에는 아무런 대결적인 요소가 없었다』고 논평. 공산권 중 유고슬라비아대사는 『아주 건설적인 내용이었다』며 내놓고 칭찬을 하고 다녔고 「크리스틴」영국대사는 『다른 어느 강대국 대표들보다 힘찬 박수를 받았다』며 엄지손가락을 펴 보였다.
이에 대해 노대통령은 『우리민족이 쌓아온 빛나는 문화전통과 국민이 이룩한 서울올림픽의 성공으로 더 높아진 민족적 자긍심을 세계 앞에 얘기하고 공감을 일으킨 데 대해 온 국민과 함께 큰 보람을 느낀다』고 답례.
노대통령은 이어 「케야르」유엔 사무총장이 주최한 환영행사에 참석, 소련·중국·미국 등 유엔 안보리이사국과 총회 부의장국 등 각국대표 70여명과 주로 서울올림픽을 화제로 15분간 환담.

<유엔연설 자평>
노대통령의 유엔연설을 준비해온 외무부 유엔대표부·주미대시관 등은 연설내용과 분위기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준비과정을 공개.
박쌍룡 주 유엔대사는 『오늘 본회의장 출석률은 금년에 연설한 12개국 국가원수 중 「레이건」미대통령, 「미테랑」프랑스 대통령 때와 버금간다』며 『1개국당 6석씩 배정된 좌석 중 큰 나라는 3, 4명씩의 대표가, 대표부 직원이 불과 한 두명인 나라도 1명씩은 다 나왔다』고 집계했는데 9백50여석 중 3분의2가량의 자리가 메워졌다.
불참국은 쿠바와 루마니아뿐이었는데 우리 대표부는 서울서 유엔연설계획이 발표된 후 1백59개 회원국과 6개 업저버국에 연설계획을 알리고 리셉션 초청을 하는 공한을 발송했었다.
박대사는 노대통령이 회원국 못지 않은 예우를 받고 연설이 각광을 받은 것은 국력신장, 서울올림픽의 후광, 긴장완화를 원하는 다수국가에 부응한 연설내용 때문이라고 분석.
한편 이날 연단 오른쪽의 업저버 석에는 국정감사 차 방미중인 국회 외무통일위 소속 김현욱 위원장과 강영훈(이상 민정), 이찬구(평민), 유승번(민주), 김두윤(공화) 의원 등이 방청, 『한반도문제의 해결방안을 심도 있게 내놓았다는 점에서 호소력을 지닐 것』이라고 이구동성의 환영.

<뉴욕타임스지 방문>
노대통령은 유엔총회 후 곧바로 뉴욕타임스지를 방문,「셜즈버거」회장 및 편집간부 11명과 오찬을 하며 기사화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심층대화.
노대통령은 『뉴욕타임스지는 나에게 많은 용기와 격려를 주었다』며 『지난 84년 한국의 정정 불안을 이유로 서울올림픽 개최지 변경을 주장하는 사설을 써 곤욕을 치르기도 했으나 우리는 극복했고, 6·29 이후에는 한국의 민주화를 지원·격려해주어 고맙다』고 인사.
뉴욕타임스 측의 질문에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전망, 올림픽과정에서 나타난 반미 감정의 처리문제, 한국의 북방정책과 북한의 변화가능성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노대통령은 비교적 솔직하게 답변했다는 것.
이어 노대통령은 「코치」뉴욕시장을 접견, 『뉴욕시가 8년 또는 12년 후 올림픽을 유치하려 하는데 손해는 없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절대 손해 없으니 추진하라』고 적극 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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