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권사들 "죽다 살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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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일본 도쿄의 증권가가 되살아나고 있다.

버블(거품) 붕괴 이후 최저점인 7,000엔대로 폭락했던 닛케이지수가 불과 4개월 만에 10,800엔대로 치솟으면서 증권거래소와 증권사 본점이 몰려 있는 도쿄의 고지마치(麴町)에는 활기가 넘치고 있다. 깎였던 월급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감원.지점 통폐합 등의 구조조정 계획도 '없었던' 일이 됐다.

중견 증권사인 마루산(丸三)증권은 올 초 전 직원에 대해 5~10%가량 삭감했던 임금을 최근 원상태로 복구했다.

중소형사인 도요(東洋)증권도 지난 4월 발표했던 '전 직원 임금 삭감'계획을 철회했다.

희망 퇴직을 받다 지난 봄부터는 아예 '지명 해고'방침을 밝혔던 일부 증권사는 주가 상승으로 구조조정 계획을 백지화하는 한편 동결했던 여름 보너스를 다시 지급하고 영업 직원의 비행기 운임까지 지원하고 나섰다.

한동안 사라졌던 풍경들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큰 돈을 번 일부 증권사 지점에서는 '깜짝 쇼'로 낮 시간에 점포 안에 있던 모든 손님에게 '선물 주머니'를 돌리고 있다.

업계 1위인 노무라(野村)증권은 하락장에서의 대응 방법밖에 모르는 젊은 영업직원들에게 '상승장에서의 영업'이란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지난 봄까지만 해도 파리를 날리던 고지마치 부근의 고급 초밥집들도 주머니가 두둑해진 증권맨들로 초만원이다. 주가가 오르기 전에 구조조정을 당한 전직 증권사 직원 상당수의 성공 이야기도 들린다. 퇴직금으로 데이트레이딩을 해 원금의 3~5배를 벌어 전화위복이 됐다는 이야기가 고지마치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물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변하지 않은 만큼 자칫 '미니 버블'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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