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불륜으로 가정파탄 자녀는 법적 책임 못묻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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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중 한명의 불륜으로 가정이 파탄났더라도 자녀는 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직장인 朴모씨는 1992년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李모(36.여)씨와 불륜을 저지르기 시작해 97년까지 관계를 지속했다. 이 일로 朴씨는 부인에게 2000년 이혼소송을 당한 뒤 이듬해 패소해 부인이 자녀들의 친권자가 됐다. 朴씨는 李씨와 함께 간통 혐의로 고소도 당했으나 공소시효(3년)가 지났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공소권이 없다는 처분을 받았다.

朴씨의 아들(15)과 딸(11)은 대리인을 통해 지난해 "아버지와 수년간 간통을 지속해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했으므로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라"며 李씨를 상대로 2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지법 민사48단독 김재형(金栽亨)판사는 16일 朴씨의 자녀들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조 의무는 배우자에 대한 의무이지 자녀 및 다른 가족에 대해 부담하는 의무는 아니다"면서 "부모가 자녀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할 책임은 부정행위 문제와는 구별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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