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의 까레이스키' 이용민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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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고려대 신임 이용민 감독(오른쪽)과 부인 옥사나(왼쪽)와 아들.

1990년대 중반 한국 아이스하키 무대를 주름잡았던 '까레이스키' 이용민(37)이 할아버지 나라에 돌아왔다. 이제는 스틱을 손에 든 선수가 아니라 모교인 고려대 후배들을 지도하는 감독으로서다.

최근 고려대 아이스하키팀 감독으로 영입된 이용민 감독은 1일 부인 옥사나(37), 아들 승환(13)군과 함께 서울에 왔다. 이 감독은 귀국 이틀째인 2일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감독자 회의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러시아 교포 3세인 이 감독은 실업팀 석탑건설에서 뛰던 95년 현란한 드리블과 전광석화 같은 스케이팅으로 한국아이스하키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던 빙판의 스타다. 그의 플레이에 매료된 청소년 팬들이 생기면서 아이스하키판에서는 보기 드물게 '오빠부대'도 생겼었다. 그의 출중한 기량에 자극받은 상대팀들이 외국에 살고 있는 교포선수 찾기에 혈안이 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국내 무대에서 2년간 활약했던 이용민 감독은 그러나 뜻하지 않게 러시아로 돌아가야 했다. 당시 경쟁팀에서 다른 러시아 선수를 '고려인 5세'라고 억지를 부리며 영입에 나서자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말썽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외국 국적을 가진 선수는 국내대회에 뛸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감독은 러시아에 돌아가서도 스파르타 모스크바 등 실업팀에서 활약하다가 2004년에 유니폼을 벗었다. 이 감독은 "은퇴 후에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TP-SK'라는 실업팀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서울에 오자마자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우리 선수들의 기초체력 측정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나는 훈련을 많이 시키려고 한다. 체력에서 만족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체력이 좋은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는 구분해 훈련시키겠다"고 했다.

최근 2~3년간 연세대와의 '맞수 대결'에서 밀렸던 고려대가 이 감독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김기형 체육위원장은 "러시아의 선진 지도방법을 접목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 시절 이용민 감독과 함께 뛰었던 최태호 코치는 "감독님과 7개월 정도 함께 운동했다"면서 "당시 감독님의 기술과 체력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했다. 학교 앞 아파트를 임시 거처로 삼은 이 감독은 "한국에 다시 온 것은 고려대를 최강팀으로 만들기 위해"라면서 "원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3년이 필요하다. 기다려 달라"고 했다.

성백유 기자

◆ 이용민은 …

▶1969년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출생

▶키 1m80㎝, 몸무게 78㎏

▶75년 중기계 엔지니어인 아버지(91년 작고)와 안과의사인 어머니를 따라 모스크바 교외 엘렉트코스탈리로 이주

▶87~94년 크리스털 클럽에서 센터포워드로 활약

▶89~93년 러시아 스포츠아카데미(대학)

▶91년 러시아인 옥사나(교사)와 결혼, 아들 이승환

▶93년 자코파네 겨울유니버시아드에 러시아 대표로 출전

▶95년 5월 고려대 노어노문과 3학년 편입

▶95년 12월 석탑건설 입단

▶97년 러시아로 복귀

▶98년 실업팀 스파르타 모스크바 소속

▶2004년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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