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범 1명 사살 2명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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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9일 동안 서울시내 곳곳을 누비며 강도·인질극을 벌여온 「12인의 탈주 극」은 16일 낮 가정집에서 인질극을 벌이던 주범 지강헌 등 4명 중 지는 사살되고 2명은 자살, 강영일은 검거됨으로써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 8일 호송버스를 탈취, 탈옥한 12명의 탈주범 중 15일 밤 수사본부에 전화로 자수의사를 밝혀온 김길호를 제외한 11명이 8일만에 검거되거나 자수 또는 사살·자살했다.
탈주범 「최후의 5명」중 주법 지강헌 등 4명은 15일 밤 서울 북가좌동 주택에 침입, 경찰과 대치하며 14시간동안 광란의 인질극을 벌이다 16일 낮 12시 안광술·한의철 등 2명은 현장서 자살하고 지는 자살을 기도하던 중 집안에 투입된 경찰특공대원들이 쏜 권총을 맞고 중태에 빠져 병원에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숨졌다.<관계기사3, 11, 13, 14, 15면>
4명중 강은 이들이 자살 극을 벌이는 동안 인질 2명과 함께 빠져 나와 경찰에 붙잡혔다. 법인들은 14일 오후 8시쯤 서울 창천동 62의47 임석이씨(70) 집에 침입, 임씨 가족 3명과 대전 거주의 부모와 떨어져 이 집에 세든 이옥경양(14·Y중2) 등 4명을 인질로 25시간 동안 숨어 지내다 15일 오후 9시30분쯤 달아나 곧바로 서울 북가좌동 383의14 고영서씨(50·동해운수직원) 집에 침입, 고씨와 고씨의 부인 김정애씨(52)·5자녀 등 7명을 인질로 붙잡고 머무르다 16일 새벽 집을 빠져나간 고씨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집을 포위한 경찰과 8시간동안 대치하며 인질극을 계속했다.
이들은 지의 어머니, 강의 애인 등 가족 10여명과 경찰이 계속 자수를 설득했으나 『조용한 산이나 강에가 인질을 풀어준 뒤 모두 자살할 테니 낮 12시까지 봉고차나 앰뷸런스를 대기 시키라』며 버티다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이들이 경찰과 대치하는 동안 이 일대 주민들은 잇달아 들려오는 총성과 비명으로 공포에 떨었으며 수천명의 주민들이 집 주변에 몰려 발을 굴렀다.
범인들은 오전 10시47분 인질 중 고씨의 부인 김씨와 막내아들 장선군(11)을 내보냈으며 경숙양(19) 등 나머지 네 딸도 이들이 자살 극을 벌이거나 경찰에 붙잡히는 사이 모두 탈출, 인명피해는 없었다.
범인들은 경찰이 출동하자 인질의 목을 잡고 대문 쪽으로 난 건넌방 창문을 통해 권총을 내민 뒤 『들어오면 인질 6명을 모두 죽이겠다』고 계속 협박했으며 담을 넘어 들어온 한의 애인 정모양, 강의 동생(19) 등 2명과 번갈아 가며 2∼3시간동안 심경 등을 털어놓기도 했다.
범인들은 처음 경찰이 출동하자 『오전 8시에 모두 나가겠다』고 자수의사를 밝혔으나 옆집 베란다 등에 배치된 사복형사들을 발견하자 『왜 자꾸 얼씬거리느냐. 약속을 못 지키겠다』며 수사 본부장을 불러줄 것을 요구했다.
주범 지는 치안본부 대 테러팀 백모경장이 수사본부파견 심리학교수를 위장, 담 밖에서 『요구사항을 얘기하라』며 협상을 벌이자 술에 취한 채 『내가 모두 지휘하고 있다. 형량이 너무 무거운 게 억울해 나왔다』며 불만을 터뜨리며 주먹으로 유리창을 마구 깨기도 했다.
경찰은 낮 12시 한·안이 지로부터 권총을 빼앗아 자살한 뒤 무장한 특수요원 5명을 몰래 집안으로 투입했으며 끝까지 버티던 지가 깨진 유리 조각으로 자신의 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한 뒤 인질 선숙양(22)을 끌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방문을 부수고 들어가 권총 3발을 발사, 지를 쓰러뜨린 뒤 선숙양을 구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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