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한 시민 집서 인질극 사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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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손동완 (26)의 검거로 12명의 탈주 범은 「5명의 도망자」가 돼 또 다른 인질극을 노리며 서울신촌에 나타났다가 15일 현재 행적을 감췄다.
범인들은 일가족을 인질로 아파트에 2박3일간 머무르며 「출강 강도」를 서슴지 않았고 인질 가족의 아들까지 데리고 다니며 위장, 검색을 피하기도 했다.
◇ 손 검거=지강헌·안광술·손동완 등 3명은 14일 오후 3시쯤 서울 문정동 정해진씨 (34) 집에 강영일 등 일당 3명을 남겨두고 정씨의 르망 승용차로 서울 도화동 마포 가든 호텔에 도착했다.
이들은 오후 3시30분쯤 호텔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킨 뒤 곧바로 정씨 집에 전화를 걸어 오후 7시에 호텔 앞에서 만나기로 한 뒤 호텔 건너편에 있는 빈터를 배회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후 7시 택시를 타고 온 강영일 등과 합류한 이들은 "오늘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논의하다 지가 "신촌에서 한탕하자" 고 제의, 이들 중 유일하게 운전을 할 수 있는 손동완이 차를 몰고 오후 7시30분쯤 창천동 형제갈비 집에 도착했다.
일당 5명이 음식점 앞에 내린 뒤 손은 음식점 앞 유료 주차장이 모두 차있어 형제갈비 건너편 골목길로 차를 몰았고 때마침 순찰 중이던 경찰 백차가 도난차량을 발견했다.
손은 경찰 차가 쫓아오자 10여m되는 골목길을 빠져나가 형제갈비 쪽으로 급회전하다 길가에 서있던 포장마차, 버팀 줄을 들이받으며 차바퀴가 하수구에 빠지자 차를 버린 채 신촌 역 쪽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손은 일당과 헤어질 것을 우려, 음식점에서 20여m 떨어진 곳에서 머뭇거리고 있다가 경찰이 뒤쫓자 30여m쯤 달아나다 연세 설렁탕집 앞에서 서대문 경찰서 교통 계 소속 김형근 순경 (30)등 경찰관 6명에 의해 붙잡혔다.
◇ 아파트 23일=범인들은 12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대 병원 영안실 앞 주차장에서 병원에 약품을 납품하러왔던 정해진 씨에게 접근, 운전석에 앉아 있는 정씨의 옆구리에 권총을 들이대고 정씨를 납치, 서울 문정동 정씨 주공 아파트로 가 정씨를 안방에 몰아넣고 넥타이로 손발을 묶은 뒤 이불을 뒤집어 씌웠다.
12일 오후 9시쯤 자녀 2명과 함께 대구 친정에 내려갔던 부인 홍창원씨 (31)가 아파트에 도착, 벨을 누르자 "자연스럽게 문을 열라" 고 지시, 부인과 두 자녀를 집안으로 끌어들인 뒤 안방에 일가족 4명을 몰아넣었다.
◇ 3촌 위장 외출=이들은 13일 오후 1시쯤 주인 정씨에게 "50만원이 필요하다"며 금품을 요구, "가진 현금이 없다" 고 정씨가 대답하자 안방 장롱 속에 숨겨져 있던 정씨의 다이아반지 2개를 빼앗았다.
지강헌과 손동완은 "전당포에 다녀오겠다" 며 정씨와 아들 (4)을 인질로 차에 태우고 손이 차를 몰아 서울 거여동 183의5 한신사 전당포에 들어가 반지를 30만원에 저당 잡혔다.
◇ 출장 강도=이들은 거실에 모여 앉아 계속 "현금이 더 필요하다" 는 말을 주고받다 13일 오후 10시쯤 권총을 허리춤에 찬 지강헌 등 3명이 승용차를 직접 몰고 아파트를 나갔으며 10시간만인 14일 오전 8시쯤 아파트로 되돌아 왔다.
이들은 13일 오후 10시20분쯤 서울 논현동 184 정연수씨 집 앞길에서 귀가하던 정씨의 부인 권오낭씨 (50)를 권총으로 위협한 뒤 현금 57만원과 4백56만 여 원이 든 예금통장과 도장 등을 뺏어 달아났다.
이들은 이어 14일 오전 5시쯤 자양2동 670의6 김정남씨 (45·상업) 집에서 강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 이합 집산 이동=범인들은 도피 장소를 물색키 위해 오후 1시쯤 주범 지 등 3명이 정씨의 르망 승용차를 먼저 몰고 나가 오후 3시30분쯤 정씨 집으로 전화를 걸어 남아있던 강영일 등 잔당 3명에게 집결 장소를 통보했다.
전화를 받은 강 등 3명은 정씨에게 "나중에 전화로 승용차 위치를 알려주겠다" 며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오후 5시쯤 아파트를 빠져나가 신촌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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