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마임학교 꿈꾸는 인천 연극계 지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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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마임(무언극) 학교를 세워 인천을 연극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인천에서 20여년간 소극장을 운영하며 지역 연극 발전에 기여해 온 최규호(崔圭鎬.46.서일대 연극영화학과 교수.(右))씨와 박상숙(朴相淑.43.극단 '마임'대표.(左))씨 부부.

10대 후반에 연극에 대한 열정 만으로 연극계에 발을 들여 놓았던 이들이 인천을 무대로 펼치고 있는 '연극 인생'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1979년 서울의 극단 '거론'에서 연극인 선후배로 만난 두 사람은 84년 결혼했다. 이들은 결혼 직후 崔교수가 초등학생 때부터 살아온 인천에 둥지를 틀고 극단 '마임'을 만들어 해마다 작품 2~7편을 국내외 무대에 올려 왔다.

또 인천시 중구 경동에 소극장 '돌체'(좌석 1백여석)를 열어 국내에서 오래된 연극 무대 중의 하나로 키웠다. 이재상.박정학씨 등 내로라 하는 연극인 1백여명이 돌체에서 배출됐다.

이들은 돌체에서 연극 지망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치고,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崔교수는 연극 기본기 및 마임을 쉽게 설명한 '최규호의 마임 이야기'를 펴내기도 했다.

崔교수는 95년 마임에다 풍자.마술.어릿광대 등을 혼합한 '클라운 마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으며, 매년 국제 클라운 마임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에는 다음달 7~12일 인천시 남구 문학동 '인천도호부청사'에서 인도.일본.영국.네덜란드.독일.아일랜드 등 8개국의 연극인 50여명이 참가하는 '제8회 인천 국제 클라운 마임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공연하면서 유료 관객이 많지 않아 힘들 때도 많았어요. 지역 행정기관이나 시민들이 연극에 좀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많았죠. 가장 괴로웠던 것은 좋은 후배들이 연기를 배우다가 생계 문제로 중도 포기하는 모습을 볼 때였어요. 그나마 클라운 마임 축제가 점차 지역 예술행사로 자리잡아가고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崔교수)

朴대표는 "부부의 인연을 맺어준 연극에 대한 지극한 사랑 덕분에 부부애도 더욱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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