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져야할 지방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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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 각 상임위의 지방감사는 중앙감사와 마찬가지로 의원과 공무원들간의 자질과 성실성에 대한 상호 대결을 벌이고 있는 느낌 외에도 몇 가지 개선점을 느끼게 했다.
지방행정관서는 서민 생활보호·AIDS대책 등 그럴듯한 제목아래지원사업·추진계획 몇 건씩의 전시 행정적인 「죽은 보고」를 하고 있어 의원들의 분노를 사고있다.
의원들의 추궁조 공세를 처음 받는 지방관서 공무원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답변태도를 보면 실수라고만 보기는 어려운 허위보고가 잦은 것도 문제점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 7∼8일 보사위와 교체위의 연속 감사를 받은 부산시의 경우 문제가 된 세림개발의 지하철 공사 수의계약액이 15억원 밖에 안 된다고 보고했다가 2백억원에 이른다는 자료를 미리 확인해온 야당의원에게 혼쭐난 예가 좋은 사례다.
따라서 의원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구체적 자료를 치밀하게 준비해 왔느냐가 의원들의 자질은 물론 국정감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을 장광설로 늘어놓아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가하면 연고지 감사의 경우 지역구 관리를 위해 내려온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주는 경우가 허다했다.
자기당의 지지기반에 기피시설인 AIDS 전담병원이 들어선다는 설에 다른 지역 감사 때마다 『AIDS시설을 도립병원에 준다면 받을 용의가 있느냐』는 식의 질문을 하는 의원이 있는가하면 자기 지역사업의 우선 추진을 강박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 같은 다소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호화판 술자리를 마련하는 일도 없고 인사청탁도 두드러지지 않는 등 의원과 공무원들 서로가 전반적으로 조심하는 분위기였음은 다행한 일로 평가되고있다.
다만 대부분의 상위가 지방감사에 나서 부산의 경우 11개 감사반이 연이어 들이닥쳐 같은 사안을 이중 삼중으로 추궁하기도 했다. 지극히 비효율적인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공무원들은 물론 의원들도 지방감사는 내무위를 주축으로 각 상임위 1∼2명씩이 포함된 합동 감사반을 편성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제시되고있다.
89년도의 지방감사는 성의 있는 의원들의 집중적인 합동감사로 지방공무원들과 수준 높은 자료 및 질의 응답대결을 벌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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