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창업] 아직도 맨땅에 헤딩합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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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김모(43)씨는 놀리고 있는 부모님 소유 건물에 언니와 함께 '나 홀로 창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김씨는 남편 사업이 어려움을 겪자 생활비라도 벌 생각으로 음식점을 냈다. 보증금 없이 임대료를 시세의 3분의 1 수준만 내기로 해 서비스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40평 규모 점포에 인테리어를 하고 여러 집기를 갖추는 데 4000만원을 투자했다. 처음엔 하루 매출액이 40만원까지 올랐으나 시간이 갈수록 매출은 줄었다. 음식점 운영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인건비를 줄이려고 주방을 직접 맡다 보니 우선 음식 맛이 없었다. 또 식재료를 구입하는 요령이 없어 수요와 공급을 잘 맞추지 못했다. 그만큼 주먹구구식으로 가게를 낸 것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이 점포의 실패 원인으로 ▶음식 맛이 손님을 끌 정도로 경쟁력이 없고 ▶인근 상권의 특성을 무시하고 메뉴를 짰으며 ▶점심.저녁 메뉴, 안주와 식사 메뉴 등의 구분이 안 된 점 등을 꼽았다. 이 소장은 "가령 밑반찬만 해도 맛이나 재료의 보완성을 고려하지 않고 나물류만 잔뜩 늘어놓았다"고 했다. 김씨 자매는 결국 음식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맛이나 메뉴 구성에 대한 노하우 없이 창업했다가 실패한 사례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 모집을 위해 홍보할 때 가장 많이 내세우는 포인트가 '노하우 제공'이다. 나 홀로 창업에서도 사업 노하우를 알고 시작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노하우를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경험을 창업으로 연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호텔 주방장이 음식점을 창업하거나 관련 분야의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창업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어쩔 수 없이 낯선 분야에 도전하는 경우에도 발품을 팔고 일정한 비용을 투자한다면 노하우 확보가 꼭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우선 사업의 핵심 성공 포인트가 무엇인지 알면 된다. 시장에서 어떤 차별성이나 경쟁 우위를 가질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자연히 그 사업에서 갖춰야 할 노하우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가령 전문음식점이라면 맛과 품질, 메뉴 설계가 핵심 노하우다. 저가 음식은 싼값의 식재료 조달 능력과 원가관리가 노하우며, 주점은 인테리어나 안주 개발은 물론 마케팅 아이디어도 노하우에 해당된다. 서비스가 중요한 고가 음식점이라면 종업원 교육 및 서비스 관리도 중요한 노하우다. 판매업이라면 상품 구성과 팔리는 상품을 골라내는 안목이 중요하다. 청소 사업은 청소와 관련된 기자재나 관련 세제, 청소하는 요령 및 영업방법이 노하우이고, 교육사업은 학습 프로그램과 교재.교습방법을 알아야 한다.

사업의 차별화 포인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노하우가 달라지기도 한다. 상품이나 품질은 기존 업종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인테리어나 서비스 방식에 차별화를 둔다면 상품이나 품질은 기존에 사업 경험이 있는 관련 업계 경력자를 종업원으로 채용하면 쉽게 해결된다. 대신 차별화를 꾀하는 인테리어 서비스에 대해서는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거나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전문 분야라면 자격증 취득이나 전문교육기관을 통해 노하우를 확보할 수도 있다. 외식업의 경우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전문성을 갖추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지만 자격증만으로는 맛을 내는 데 부족하다. 이럴 때는 특정 분야의 음식 노하우를 전문으로 알려주는 창업 관련 요리학원을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이 소장은 "판매시점(POP) 광고, 인테리어, 종업원 관리, 입지 선정 등 사업과 관련된 노하우를 가장 모범적으로 경영하는 업소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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