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정략적 의도 단호 대처" 김진태 "분노조절 장애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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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3일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사퇴 압박을 받는 그는 “정략적 의도로 당을 흔드는 정치적 행위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반발 세력에 대해선 '과거 호가호위한 세력', '혁신비대위 출범을 뒤덮으려는 작태' 등의 표현을 썼다.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5시간 넘게 진행된 한국당 의원총회에선 김 대행의 리더십이 또 도마 위에 올랐고,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과 버티는 김 대행 사이에 날 선 공방이 오갔다. 김 대행은 특히 4선 심재철 의원에게 "과거 본회의장에서 여성 누드사진 사진을 보는 모습이 노출됐을 때 막아주지 않았느냐"며 배신감을 토로했고, 심 의원은 "출당 요구는 없었다"고 반박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김 대행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모든 것이 저 자신의 부족함과 미흡함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런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이고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일시적인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 진정한 쇄신을 거부하면 당이 존재할 가치가 없다. 우리 당의 노선과 정책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낙제점을 받은 마당에, 이념과 노선을 새롭게 정립해 가고자 하는 투쟁이 필요하다”며 계파 싸움을 넘어 노선 투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게 해달라며 단상 앞으로 걸어나온 심재철 의원에게 자리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게 해달라며 단상 앞으로 걸어나온 심재철 의원에게 자리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상수 비대위 준비위원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을 당 대표 권한대행이 결정한 후 전국위원회에서 추인을 받는 절차”라며 “한 명을 결정할지, 17일 열리는 전국위에서 김병준 국민대 명예 교수 등 후보 5명을 놓고 투표할지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김 교수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김기선‧김도읍‧김진태‧김태흠‧박대출‧이장우‧정용기 의원 등 재선 7명은 이날 김 대행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어제 의총에서 김 원내대표는 목불인견의 끝을 보였다. 더는 김 원내대표가 독선·독주를 넘어 파국으로 당을 끌고 가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진태 의원은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열어 “어제 의총은 막장을 넘어 엽기, 공포영화 수준이었다. (김 대행이) 거의 분노조절 장애가 아닌가 싶다”며 “김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게 쇄신과 변화의 첫걸음이고, 김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우리 당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용기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계파 문제가 아니라 이런 분에게 당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라며 “무기명으로 김 대행 재신임 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소집된 16일 의원총회에서도 김 대행 사퇴를 촉구할 예정이다. 김 대행 역시 어설프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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