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 탈북자 미국 망명 첫 승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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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이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의 자국 망명을 처음으로 승인했다. 로스앤젤레스(LA) 이민법원은 북한군 장교 출신 탈북자 서재석(40)씨의 '정치적 망명(political asylum)'을 허용한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서씨는 2003년 미국에 입국한 뒤 이민국에 망명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이민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 한국 국적 탈북자의 미국 망명 허용은 처음=그간 북한을 탈출한 뒤 중국 등을 떠돌다 멕시코.캐나다 등 제3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에게 망명이 허용된 적은 있으나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의 망명을 미국이 받아들인 건 2004년 10월 미국의 북한 인권법 발효 이후 처음이다.

미 정부는 한국 국적의 탈북자에 대해선 한국에 정착할 수 없는 절박한 사유가 있어야만 망명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서씨의 경우 1999년 탈북한 뒤 한 차례 북한에 강제송환돼 고문당한 사실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한국 국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북한 인권법의 적용을 받은 것이라고 변호인 측은 밝혔다.

서씨를 변호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 프로젝트'의 강은주 변호사는 "서씨가 미국에서 추방당해 북송될 경우 다시 인권을 유린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법원이 고려한 것 같다"며 "이번 판결이 미국 망명을 신청한 10여 명의 탈북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부시,"국가지도자(김정일)가 납치 조장"=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탈북자 김한미(7)양 가족 등을 만난 자리에서 "국가의 지도자가 어린이 납치를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겨냥했다. 부시 대통령은 역시 탈북자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에게 "김정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기독교인으로서 용서할 수 없는 사탄이라고 본다'는 답변을 듣자 "강력한 메시지다"라고 호응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 서재석씨=북한군 중위로 복무하다 96년 폭발사고로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고 전역, 생활고를 겪었다. 99년 아들과 함께 탈북했으나 중국에서 붙잡혀 북한으로 강제송환됐다. 2001년 북한을 다시 탈출, 태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에서 여권을 발급받아 2003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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