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폐막을 맞는 시민들|"세계는 서울로…" 실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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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 세계 인류의 화합과 전진의 대 잔치 서울올림픽이 2일 폐막식과 함께 막을 내리자 시민들은 한결같이 동서화합은 물론 민족적 자신감을 불러일으킨 성공적 대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들은 특히 대회기간중의 자가용 승용차의 홀·짝수 운행, 거리질서를 위한 노점상들의 자율적 협조 등 성숙된 질서의식이 발휘됐다고 평가하고 이를 발판으로 확고한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도약이 이루어지길 기대했다.
◇최상천씨(32·서울남성흥진택시 기사)=우리의 힘이 이렇게 강한 줄 몰랐다.
LA올림픽을 능가하는 화려한 개막식 때까지만 해도 지나친 자기과시가 아닌가 걱정했는데 막상 우리선수들이 내노라는 외국선수들을 제치고 연거푸 금메달을 따내는 것을 보고 한국이 더 이상 우물안 개구리가 아닌걸 확인했다.
미국 팀조차 과거 밀가루를 원조하던 때만 생각하고 석고상을 홈치는 등 멋대로 행동하다 시대착오적 추태라는 걸 뒤늦게 깨닫고 사과하지 않았는가.
아직도 외국인 앞에선 무조건 굽실대는 사람이 일부 있지만 한국인으로 태어난 사실에 전에 없던 자부심을 느낀다.
◇김응술씨(28·유공 기획부 사업개발팀 근무)=우리민족이 과거사 속에서만 아니라 바로 오늘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우리선수들이 연이어 금메달을 따고 동구권 선수들의 선전에도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 것은 경제력 성장에 의한 자신감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개회식 때까지만 해도 빚더미 위의 올림픽이란 비난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선진국 문턱에 선 우리에게 자긍심을 일깨워준 성공올림픽이었다.
다만 미국 NBC직원들의 저질T셔츠 주문·미국수영선수의 석고상 절도 등 일부 불미스런 일로 반미감정을 촉발시킨 것이 안타깝다.
◇우동숙씨(34·주부·서울 시흥3동 952의산)=자랑스런 서울올림픽이 끝나 얼마나 아쉬운지 모르겠다.
바쁜 집안 일에도 개막식과 중요 경기장면은 빠짐없이 다 보았다. 특히 개막식의 장관과 여자핸드볼·탁구에서의 우승 모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국민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함께 우리선수들의 선전장면을 지켜보며 참으로 자랑스러운 조국이라는 자긍심이 생겨나게 됐고 아이들도 애국심과 함께 세계에 대한 이해가 폭 넓어진것 같아 올림픽의 교육적 효과도 컸다.
◇남창현씨(50·서울 영등포시장 제일상가 상인)=세계적인 선수들과 당당히 맞서 금메달을 따낼 때 가슴이 찍했다. 우리도 세계무대에 나설 만큼 힘이 자랐다고 생각하니 자랑스럽다.
외국인들이 물건 사러 몰려왔을 땐 내심 당황했지만 외신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세계는 서울로」라는 말을 실감했다.
◇김현숙씨(28·여·서울대병원 간호사)=올림픽을 계기로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문화를 세계에 보여주고 우리문화도 좀더 국제적 세련미를 갖게되어 우리와 세계가 같이 호흡하게 될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서로 다른 문화가 몰려들면서 미묘한 마찰도 있었지만 우리가 그들 이질적 문화를 포용할 수만 있다면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의 문화수준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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