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는 우리의 손으로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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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 아이는 우리 손으로』「내 아이를 내 손으로」키울 수 없는 미혼모나 결손 가정의 부모들도 언젠가는 자기 자녀를 스스로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모임이 생겼다.
지난달 28일 오후7시 서울종로교회에서 창립총회를 가진「사람 사는 정을 심는 모임」(가칭) 은 아기 수출 세계 1위라는 부끄러움을 씻어버리겠다는 의지를 거듭 다졌다.
우리 사회를「인간화」하고 우리 역사를 바로 잡겠다는 게 이 모임의 창립 취지다. 회장으로 선출된 이오덕씨를 비롯해 작가·교사·언론인 등 1백 여명의 창립회원들은『탄생의 순간 아기를 버려야되는 미혼모, 부모로부터 버림 받아야하는 가엾은 아기,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을 우리 손으로 돌보는 모성애를 끝까지 지키자』는 데 뜻을 모았다.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로 국내 입양이 수월찮은 우리 현실은 미혼모나 결손가정의 부모가 자녀를 사회복지기관에 맡기면 다른 나라로 입양되기 일쑤다.
그러나 친부모가 직접 그 자녀를 기를 수 있는 여건이 될 때까지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있으면 해외입양에 따른 갖가지 문제들을 피할 수 있을 뿐더러 그 부모도 언젠가 자녀와 함께 살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이 모임은 당장 89년1월부터 몇 명이나마 미혼모의아기들을 맡아 기르기로 했다.
물론 앞으로 활발한 기금마련 활동을 통해 본격적인 육아시설을 세울 예정.
이와 함께 부모가 자기자녀를 직접 기를 수 없는 경우의 차선책이랄 수 있는「국내입양」을 적극 권장하는 운동도 펴기로 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해마다 약 1만4천명의 기아가 발생, 그중 절반 가량이 해외로 입양되며 그 나머지 어린이 일부가 국내 입양되는 것으로 추산되고있다.
올 봄에 뉴욕타임스지가 한국을「고아수출 제1위 국」이라면서 미국에 입양되는 다른 나라 어린이의 약 60%를 한국어린이가 차지하며 그 숫자는 연간 6천명 정도라고 보도했듯이 해외입양은 국가적「불명예」라는 사실 외에도 해외입양아들의 부적응 등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한편 이 모임은 미혼모들을 위한 전문상담실도 개설, 실질적인 도움을 줄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그에 필요한 교육사업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 같은 활동들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일단 서울 청계천과 동대문 일대에서 일하는 가난한 맞벌이 부부들의 자녀들을 위해 종일 탁아사업을 펴고있는「개구장이 어린이 방」 (서울 종로구 창신2동)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들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 일을 위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개구장이 어린이 방」(762-2010)으로 연락하면 된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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