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구조 도전하는 태국, 동굴 소년 “치킨 준비해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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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치앙라이 인근 동굴에 고립된 소년들이 합장을 하며 인사하고 있다. [태국 해군 페이스북 동영상 캡처]

태국 치앙라이 인근 동굴에 고립된 소년들이 합장을 하며 인사하고 있다. [태국 해군 페이스북 동영상 캡처]

태국이 18일째 동굴에 갇힌 유소년 축구단의 ‘전원 구조’에 도전한다. 10일(현지시간) 태국 구조 당국은 13명의 국제 동굴구조 전문가와 자체 구조대원 5명을 투입해 동굴에 남아 있는 5명의 생존자 구조에 돌입한다. 앞서 8명의 소년은 무사히 구조됐다.

전망은 나쁘지 않다. 구조를 지휘해온 나롱싹 오솟따나꼰 전 치앙라이 지사는 “구조 여건은 비교적 좋다. 동굴 침수구간의 수위와 공기 상태, 생존자들의 건강상태 등이 그렇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비가 오는 게 돌발 변수로 남은 가운데 콥차이 분야오라나 태국 재난방지청 부청장은 “최근 간헐적으로 비가 내렸지만 수위는 오히려 낮아졌다. 배수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국 네이비실은 동굴 내 생존자들이 쓴 메모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코치 엑까뽄 찬따웡은 부모들에게 사죄하며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돌볼 것”을 약속했다. 소년들은 부모를 안심시키는 내용의 글을 메모에 적어 보냈다. 뚠이라는 소년은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괜찮아요. 제가 나가면 치킨 먹을 수 있게 준비해주세요. 사랑해요”라고 적었다. 퐁은 “저는 안전해요. 모두 사랑해요”라고 걱정하는 가족들을 위로했다. 소년 믹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믹은 “나는 모두가 그리워요.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형제들”이라고 적었다. 이어 “해군들이 나를 잘 보살펴주고 있고, 나는 이곳에서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태국 동굴 소년들의 무사 귀환을 기도하는 인도 소년들. [AP=연합뉴스]

태국 동굴 소년들의 무사 귀환을 기도하는 인도 소년들. [AP=연합뉴스]

치앙라이 ‘무 빠(야생 멧돼지)’ 축구 클럽에 소속된 선수 12명과 코치 1명은 지난달 23일 관광 목적으로 탐루엉 동굴을 찾았다가 갑자기 내린 비로 고립됐다. 실종 열흘이 지난 2일 밤 영국 동굴탐사 전문가들에 의해 극적으로 발견됐다. 이후 태국 구조 당국과 국제 동굴구조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이들을 구조 중이다.

구조대원들은 수영과 잠수를 반복하며 수 ㎞에 달하는 침수구간을 생존자와 함께 빠져나오는 힘겨운 구조활동을 반복하고 있다.구조대원들이 탐루엉 동굴 내 지형 등에 익숙해지면서 구조시간이 1시간 가까이 단축됐다. 당국은 일부 체력이 고갈된 대원은 교체했다고 밝혔다.

동굴소년의 친구인 푸와데치 깜응우엔(14)은 “동굴 안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니 친구가 너무 말랐더라. 건강이 걱정된다”며 “친구가 빨리 나와서 다시 함께 KFC에 가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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