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읽기] 두 큰스님의 한목소리 '지금 깨어 있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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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삶의 나침반 1·2
허문명 지음, 열림원, 각 212·204쪽, 각 권 9500원

기도
틱낫한 지음, 김은희 옮김, 명진출판, 184쪽, 9000원

한국의 숭산 큰스님(1927~2004.(左))과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80.(右))은 전 세계인에게 불교를 전하고 널리 퍼뜨렸다는 점에서 닮았다.

종교와 종파를 뛰어넘어 대중 속으로 들어간 두 스님은 인류의 마지막 한 사람까지 믿음의 길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지구 곳곳을 누비며 불심을 전파한 걸음걸음이 크고 진실한 두 사람을 세상은 '살아있는 부처'라 불렀다. 두 스님이 남긴 말과 글이 비슷한 까닭 또한 생각과 실천이 나란해서일 것이다.

'삶의 나침반'은 숭산 큰스님이 입적한 뒤 처음 나온 전기다.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30여 개 나라에 130여 개의 선방을 세우고 외국 젊은이에게 마음의 혁명을 일으킨 스님의 일대기와 가르침을 담았다. 스님을 만난 뒤 한국불교에 귀의한 현각(화계사 국제선원장) 등 외국인 스님과 불자와의 일화를 듣고 엮어 쉽고도 깊다.

지은이 스스로 큰스님의 말씀을 가까이 하며 얻은 통찰과 기쁨이 책 곳곳에 스며 있다.

숭산 큰스님은 스승이 없어 방황하는 미국 젊은이들을 보고 '불교는 필요한 곳에 있어야 한다'며 1972년 홀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세탁기 수리공을 해 번 돈으로 세낸 아파트 한 칸에서 밥을 해먹이며 이국 청년들을 선(禪)의 길로 이끌기 시작했다. 제자를 향한 따뜻한 사랑과 언행 일치의 삶, 이것이 숭산 스님의 죽비였다.

"언제나 '지금 이 순간' 밖에 없다.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마라. 생활 속에서 깨달음을 구하라"는 스님의 법문은 '오직 모를 뿐(Only don't know)'이란 한마디로 모인다. "일어나라. 모든 것을 내려놓아라. 정진하라. 오직 모를 뿐. 깨달음을 얻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라" 하셨던 스님이 남긴 마지막 말씀은 "모든 게 아무 문제없네"였다. 스님의 평정심 앞에 "만고광명이 청산유수니라(산은 푸르고 물은 흘러가네)!"

'기도'는 틱낫한 스님이 인류 모두에게 보내는 메시지 "기도합시다"를 풀어놓았다. 기도는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주가 인간에게 선사하는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선물이다. 의식을 현재에 집중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주의 깊게 알아차리는 '마음챙김'의 여건을 만든 뒤 기도하면 누구나 신성(神性)과 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하며 기도하는 태도'는 숭산 스님의 '지금 이 순간 오직 모를 뿐'과 연결된다. 진정한 행복은 우리 각자가 '지금'이라는 순간에 온전히 깨어 있으며 마음을 챙기고 기도할 때 온다.

숭산 스님과 틱낫한 스님은 종교를 뛰어넘은 깨달음으로 누구에게나 손을 내민다. 두 큰 스승의 평화로운 기운과 영적인 느낌을 받고 교감하고 싶은 이라면 "'지금 오직 모를 뿐'의 자각으로 기도합시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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