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도 좋지만 절실한건「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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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운동선수들의 귓불에 레이저빔 자극을 주고 팔다리에는 기록향상을 위해 산소공급주사를 놓으며 근육통은 고압실에서 치료를 할 정도로 소련의 기술은 발전돼 있다.
바로 그러한 기술발전 때문에 장차 소련의 올림픽선수들 가운데는 그러한 현대기술의 도움을 받은 선수들이 포함될 것이고 이번 서울올림픽에서도 또 다시 가장 많은 금메달을 차지할 것으로 유력시 되고있으나 글라스노스트(개방)정책이 실시됨에 따라 서방세계가 필적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왔던 소련 스포츠제도에도 마침내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최근USA 투데이지가 모스크바발로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소련의 스포츠 장비산업은 적어도 20년이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어 올림픽 수준에 맞는 체육용품은 고작해야 하키의 스틱과 레슬링·역도용 부츠정도가 생산되고 있으며 스포츠 시설도 부족한 실정에 있다. 예컨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인 소련의 수영장은 2천5백군데가 있으나 이 숫자는 로스앤젤레스 일원에 있는 수효보다도 적은 것이라고 투데이지는 말했다.
5백10만부를 발행하는 소비에트 스포츠지의 외신부장인「블라디미르·게스킨」은 젊은 선수를 선발하는 소련제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예컨대 스키종목의 하나인 바이애슬론의 경우 소련에는 20만명의 경쟁자가 있었고, 동독에는 불과 12명밖에 없었는데 지난번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소련은 단1개의 금메달을 딴데 반해 동독은 2개나 획득했다고 말했다.
『이것은 분명히 동독이 우리보다 더 좋은 선수선발 방법을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게스킨」은 지적하면서 글라스노스트 때문에 이제 소련지도자들은 스포츠정책을 재고하게끔 되었다고 말한 것으로 인용·보도되었다.
『금메달을 딸 수 있지만 가게에서 빵을 구할 수 없다면 그것은 무의미하다』는「게스킨」의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 소련선수들이 경기가 끝났을 때 그들이 직면하는 문제들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는 것. 그것도 또한 바로 심각한 문제라고 투데이지는 말했다.
이것은 훌륭한 성적을 올린 선수들에 대한 생활보장이 소련에서 제대로 안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의 소련언론들에는 알콜중독으로 사망했거나 묘를 파는 산역꾼으로밖에 일할 수 없었던 왕년의 유명운동선수에 관한 비참한 얘기가 보도되었다.
그래서 소련에서는 최근운동선수가 그들의 연맹이나 클럽에서 20년간 근무한다는 조건으로 일부 스포츠종목의 선수들에게 연금을 주는 제도가 채택되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훌륭한 선수들에 대한 보상이 별로 많지 않고 그나마 당초 믿었던 것만큼 빨리 실현되지 않는데 있다.
예컨대 서울올림픽에서의 유력한 봉고도 우승후보인「세르게이·붑카」는 정부로부터 월3백루블(약4백80달러, 약34만원)을 받는데 이것은 소련기자들이 받는 금액보다 적다.
소련올림픽위원회의 공보관인「아나톨리·이사예프」는『코치들 가운데는 선수들에게 오늘 열심히 훈련하라. 그러면 내일 더 좋은 자동차나 더 좋은 아파트를 얻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실현되지는 않는다고 투데이 기자에게 말했다.
물론 국가대표선수나 올림픽 출전선수들에 대한 처우는 예외적으로 향상됐다.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하키팀 선수들은 각기 1만루블(약1천1백20만원)을 받았고 서울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에게는 그보다 많은 1만2천루블(약1천3백30만원)이 약속돼있다고 소련언론은 보도했다.
소련에서는 스포츠의 승리가 국가적 위신은 물론이고 국가경제의 생산성문제와 크게 직결돼 있다.
따라서 소련스포츠가 안고있는 제도적 결함은 결코 작은 문제일 수 없다고 투데이지는 말했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의 사격 금메달리스트이며 국가체육위원회위원인「예프게니·페트로프」는『국가대표팀이 우승할 때 공장에서의 생산성은 향상된다. 이것은 농담이 아니고 사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소련의 올림픽훈련센터에 걸려있는 두개의 깃발에는『조국과 나라와 인민들에게 우리는 스포츠의 성과를 바친다』『체육인들이여, 우리는 여러분이 서울에서 승리하기를 기대한다』고 각각 적혀있다.
소련 사격연맹회장이기도한「페트로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금메달을 딴 후 내가 받은 칭호들은 내 직업을 시작할 때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바로 그것 때문에 더 나은 아파트를 얻지 못했으며 내 생활의 질이 바뀌지도 않았다. 그것은 즉각적인 보상보다는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문호가 열렸다는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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