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천~1만명 이라크 파병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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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이라크에 파병된 서희부대원들이 특전사 요원들을 앞세운 채 처참하게 부서진 나시리야 시청 건물에 대한 정찰활동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 추가 파병 요청을 수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조만간 이라크 현지에 국방부 등 관계부처 합동조사단을 파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규모는 폴란드의 파병 인원인 3천명을 고려하되 4천~1만명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파병하는 쪽으로 기우는 것은 미측이 주한 미2사단 병력 일부를 이라크에 파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핵 문제가 고비에 놓인 상황에서 2사단 병력의 외부 이동이 한반도 안정과 경제환경을 크게 해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또 이라크 파병이 한국군 현대화를 위한 최신 장비.기술의 이전, 이라크 건설사업 진출 기회 확대, 안정된 원유 도입선 확보 등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폴란드는 파병 협상 과정에서 이라크 내 석유 시추권을 확보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주한 미2사단 병력의 이라크 이동 가능성을 밝힌 적은 없으나 우리가 파병을 거부할 경우 그럴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2사단 병력을 빼가면 한국에 복귀시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라크전에 파견한 독일 주둔 미 1기갑사단을 독일로 귀환시키지 않고 폴란드로 재배치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월남전 때처럼 2사단 배치로 압박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소문을 들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파병을 요청하면서 이라크에 파병한 폴란드 사단을 예시했다"고 밝히고 "폴란드는 사단사령부와 통신.수송.행정 등 지원부대, 1개 여단만을 파견하고 나머지 병력은 18개국에서 지원받아 사단을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이 요청한 국군의 이라크 파병 기간이 1년 정도라고 밝히고 "이라크 파병이 이뤄지면 비용은 우리가 부담하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음달 하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파병 여부를 결정하는 데 참고할 것"이라고 말해 다음달 중순까지는 방침을 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철희.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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