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깡패 시대는 끝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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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5공화국시절 정치폭력의 대부로 통했던 「용팔이」 김룡남씨가 검거됐다.
안잡는 것인지, 못잡는 것인지 분간할수 없을 정도로 장장 1년5개월 동안이나 끌어오던 수사가 수사 재개 한달만에 거뜬히 잡아내고 공교롭게도 공범까지 거의 동시에 검거했다.
경찰수사의 신통력을 치하해야할지, 나무라야 할지 모르겠다.
이 사건은 암울했던 권위주의 정권시대서 야당의 창당파정에서 빚어졌던 일이다.
당시 이민우파동에 이어 양김씨 중심의 야권 정치인들이 신민당을 탈당, 통일민주당을 창당할 때 각목파 쇠파이프를 든 괴청년들이 출몰, 백주에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닥치는 대로 부수고 폭행했다.
격분한 시민들이 보고만 있는 경찰을 향해 고함을 질렀으나 들은체도 않고 피하기만 했다.
당시 내무부장관과 치안 최고책임자는 『당내문제』라느니, 『정당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말로 방관만 했다.
괴청년들의 이같은 난동 방해가 전국 48개 지구당 창당대회 가운데 무려 21개 지구나 되었으니 의혹을 안가질 수 없었다.
더우기 석연치 않았던것은 검거수사과정에서 보인 당국의 태도였다.
빗발치는 여론에 밀려 뒤늦게 수사에 나선 경찰은 용의자 65명 가운데 1명만 구속하고 뒤늦게 수사 본부를 설치하는 등 형식적인 수사에 그쳤다.
그동안 주범인 「용팔이」는 서물강남 유흥가와 전주등지에서 활보하는 모습이 시민들에게 여러차례 목격됐었다.
이처럼 이 사건은 발생에서 검거에 이르기까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한 둘이 아니었다.
검거된 이들은 배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고 전 신민당 간부지시로 범행읕 했다고 하나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그 시절의 상황으로 보면 특정권력의 사주나 공권력의 뒷받침 없이는 도저히 가능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것이 한낱 야당간부의 지시와 비호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얼른 납득이 안된다.
당국은 이 사건에서 두가지 점을 분명히 해야한다.
첫째, 사건발생 때 보인 경찰의 수수방관한 태도와 늦장검거에 대해 충분한 이유와 경위설명이 있어야한다.
더구나 「용팔이」 검거에 손을 쓰지 않았던 수사당국이 올림픽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시기를 택해 동시에 검거한 경위도 밝혀야 할것이다.
둘째는, 철저한 배후수사다.
「관계기관 대책화의」의 정체도 아직까지 안 밝혀지고 있지만 이사건 역시 어물쩍 넘겨버릴 수는 없다.
적당히 넘길게 따로 있지 우리 정치사에 씻을수 없는 오점을 담긴 이사건의 배후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응징되지 않으면 앞으로 민주 정치 발전에도 커다란 장애가 된다.
우리나라 정치는 권위주의시대를 겪으며 걸핏하면 깡패가 동원되고 선의의 경쟁 아닌 권모와 술수가 등장하고 모략과 중상, 돈과 공작으로 얼룩져 왔다.
우리국민이 그동안 보인 정치적 무관심이나 정치 기피증과 불신도 따지고 보면 이에 연유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의 정치는 정직하고 정책을 통해 국민에게 충성 경쟁을 하는 건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주화나 정치발전도 이러한 건전한 성치 토양을 바탕으로 해 이룩될 수 있다.
이번 「용팔이」 사건은 그런 의미에서도 정치폭력의 뿌리를 뽑아야하며 한점 의혹도 남김이 없이 명쾌히 처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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