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점거·억류 … 파행 대학문화 더 이상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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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대학가에 운동권 총학생회 학생들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연세대 총장이 그저께 재단 이사회장에 난입한 총학생회 학생들을 비판한 e-메일을 학생들에게 보냈다. 전날에는 동덕여대 총장이 선거 조작을 이유로 총학생회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며칠 전에는 고려대가 교수를 억류하고도 반성하지 않은 학생 7명에게 복교가 불가능한 출교(黜校) 처분을 내렸다. 운동권 학생들에게 끌려가던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면서 교권(敎權)이 바로 세워지고 새로운 대학문화가 생기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학생운동이 민주화에 기여했던 점은 크지만 대학 측이 일부 학생의 과격한 폭력행위를 묵인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우리 사회는 이미 오래전에 민주화가 됐지만 운동권 학생들은 갈수록 좌편향적이고 과격시위 일변도였다. 오죽했으면 전남대에서 '5.18항쟁과 민주.인권'과목을 가르치는 교수가 "학생들의 주장이 정당해도 총장실 점거 등 물리적 방법을 동원한 것은 잘못"이라고 공개적으로 꾸짖었겠는가. 이런 이유로 많은 학생은 운동권 주도의 총학생회를 외면하고 있다.

이제 대학문화는 달라져야 한다. 대학은 지성에 걸맞게 합리와 준법이 지켜져야 한다. 학생들은 학교에 대해 의견을 주장하거나 잘못을 고치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 툭하면 본관.총장실을 점거 농성하고, 심지어 교수를 억류하는 것을 학생의 행동이라고 보긴 어렵다. "교육 활동 범위를 넘어선 집단행동을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렵다"는 연세대 총장의 고뇌에 찬 문구를 되새겨봐야 한다. 학교나 교수들은 이런 교내 문제가 생기면 덮고 가려던 엉거주춤한 행동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들 스스로 학생들에게서 존경과 권위를 인정받아야 한다. 학생들에게 옳고 그름을 분명히 말해 주는 용기도 필요하다. 대학과 교수들이 이런 자세를 가질 때 지성이 지배하는 대학 풍토가 탄생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