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자기 것 착각 많아" 강금실 법무, 서울대 법대서 특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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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강금실(康錦實)법무부 장관이 15일 모교에서 스타가 됐다. 서울대 법대 1학년 전공 '법률 문장론'의 특별강사로 강단에 선 것. 康장관은 서울대 법대 75학번이다.

2백20석 규모의 대형 강의실은 청강생을 포함, 4백여명이 몰려 복도까지 북새통이 됐다.

康장관은 "졸업 후 처음으로 모교를 찾았는데 이렇게 환영해 주니 '돌아온 탕아'가 된 것 같다"는 농담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취임 이후 6개월을 회고하며 "권력기관에서 일해 보니 권력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고, 아직 공직사회에 법치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집단 파업 등과 관련해선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법치주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康장관은 질의.응답을 통해 국정 현안과 연애.이혼 등에 대해 솔직하게 입장을 밝혔다. 한총련에 대해서는 "소신을 갖는 것은 좋으나 도그마에 빠질까 우려된다. 다만 최근 스스로 변하려는 모습은 바람직하다"고 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선 "50년 전에 생긴 법이라 현재 남북관계에 맞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가능성을 묻자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 장관이 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지금 내 머릿속에 그런 생각은 없다"고 받아넘겼다.

그는 자신의 이혼과 빚이 인생에서 시련이었다면서 "사랑에 대한 믿음이 깨지고 빚이 늘어날 땐 고민했지만, 절벽에 맞닥뜨리면 뛰어넘는다는 기분으로 자신을 버리면 편안해진다"고 담담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康장관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대사(Tomorrow is another day-내일은 또 다른 해가 뜬다)를 인용, "항상 열려 있는 미래를 생각하라"며 1시간20분에 걸친 강의를 끝냈다. 강의 후 康장관은 학생들의 줄잇는 기념촬영 요청과 사인 공세에 한동안 강의실을 떠나지 못했다.

김필규 기자<phil9@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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