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시작하면 끝장보는 성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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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충북 청주시 용담동 212의8 차영철 선수(29)의 집에는 차선수가 은메달을 딴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아버지 차일하씨(62)와 어머니 김순보씨(46), 막내 동생 영진군(15·세광중2), 출가한 여동생 영애씨(28) 등 온 가족과 이웃주민 20여명이 모여 박수를 치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어머니 김씨는 『금메달을 따면 더욱 좋았을 것인데 은메달에 그쳐 아쉽지만 그래도 내 아들이 대견스럽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특히 『어렸을 때부터 말이 없고 차분한 성격에 무슨 일이든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애』라며 『가정이 어려워 하고싶어했던 공부(대학)를 시키지 못해 늘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차선수는 아시안게임 때 2관왕을 따 현재 부모들이 살고있는 대지 40평, 건평 20평짜리 아담한 슬라브 집을 사줬으며 지금도 매달 받는 연금 20만원을 꼬박 꼬박 생활비로 보내 오는 효자.
아버지는 차씨는 『6·25때 평북 영변에서 혈혈단신으로 피난 와 그 동안 청원군 북이면 장양리에서 날품팔이 등으로 어렵게 살다 아들 덕분으로 청주로 옮겨와 꿈에도 그리던 도시생활을 하고 있다』며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웃주민 최종관씨(64)는 『아시아대회에 이어 올림픽에서도 우리 충북을 빛낸 차선수의 영광을 위해 꼭 온 마을 잔치를 벌여야겠다』고 기뻐했다. 『청주의 아들 차선수가 기어코 은메달을 따냈다.』 점심시간에 터진 낭보는 순식간에 청주시내에 번져 청주시는 온통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
차선수 집에는 동네주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메워졌고 차선수가 사는 용담동 오봉연 동장(59)과 이원조 통장(50)은 차선수 집 앞 골목에 「강하다 차영철 은메달 획득」이라고 쓴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잔치를 벌였다.
석영철 청주시장(47)도 오후 2시 차선수 집으로 달려와 농악대가 한마당을 벌이는 차선수 집에서 『오늘은 청주가 낳은 차선수가 올림픽이 개최된 한국에서 은메달을 따 잠실운동장 하늘높이 태극기를 휘날린 날』이라며 감격하자 시민들도 『차선수 만세』를 외쳤다.
석시장은 차선수가 귀향하면 범시민 환영대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차씨의 3남1녀 중 장남인 차선수는 청주운호고교 재학 중(77년) 사격기능합격증(공기소총부3급)을 따는 등 뛰어난 소질을 보였고 80년 공수특전단에 사범으로 입대한 후 육군참모총장배 제7회 전국사격대회 M16소총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차선수는 84년 부인 전순자씨(28)와 결혼, 아들 성호군(3)을 두어 서울 공능2동 육사아파트 14동307호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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