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타임 인터뷰] "美, 9·11-후세인 연계시킨 건 잘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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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전세계가 겪고 있는 혼란은 민주당의 앨 고어가 대통령 당선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올브라이트는 자신의 회고록 '마담 세크러테리(Madame Secretary)' 출간을 앞두고 열린 인터뷰에서 외교 문제들과 자신의 견해를 털어놓았다.

-이 책을 쓴 이유는.

"매일 매일의 정책 결정은 논쟁거리며 우리는 그런 와중에서도 올바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클린턴 행정부에서) 겪었던 갈등은 현재 부시 정부에서 벌어지는 논쟁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당신이 오사마 빈 라덴의 위협을 방치하고 그 결과 9.11 사태를 부시 행정부에 떠넘기지 않았는가.

"빌 클린턴 대통령은 처음부터 테러에 초점을 맞췄다. 중앙정보국(CIA)은 내부적으로 빈 라덴 체포를 위한 특별부서를 설립했고 대통령은 그를 살해할 권한을 부여했다. 우리는 1998년 아프리카 대사관 폭파 후 빈 라덴 캠프를 공격했고 거의 잡을 뻔했다. 부시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8천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지만 아직도 잡지 못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후세인이 미국의 개입을 정당화할 만한 범죄 기록을 갖고 있다고 믿어왔지만 그의 위협이 임박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런 와중에서 정부를 떠났다. 내 생각에는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문제를 제대로 처리한 것이 없다."

-이라크 전쟁으로 테러 상황이 개선됐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악화됐다고 생각하는가.

"부시 행정부는 9.11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이 문제를 사담 후세인과 연계시켰다. 나 역시 후세인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어야만 했다. 보다시피 이라크는 지금 테러의 온상이 돼 가고 있다."

-미국이 이제 무슨 조치를 해야 하나.

"만일 앨 고어가 대통령에 당선됐더라면 미국이 이렇게 지독한 혼란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미국이 군사 지휘권을 갖되 노련한 유엔이 정치 및 인도 지원 문제를 조정하도록 유엔 고위대표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유엔 결의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부시가 중동평화 과정에서 아라파트를 소외시키는 것이 옳다고 보는가.

"그것은 실수였다. 아라파트와의 대화는 쉽지 않다. 아라파트의 권력이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그는 주역이다."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 총리 역시 아라파트만큼 중동평화 정착의 장애물인가.

"나는 샤론이 닉슨이 과거 미.중 관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한 것 같은 역할을 중동에서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미국은 평화정착 로드맵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보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평화정착 과정은 미 행정부 최고위 당국자의 끊임없는 관심과 주목을 요구한다. 내가 보기에 현 정부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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