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벌에 펼친 "세계는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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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50억 세계인의 평화와 전진·화합을 다지는 올림픽성화가 마침내 잠실벌에 피어올랐다.
12년만에 동과 서, 남과 북이 한자리에 모여 펼치는 인류화합의 큰잔치 서울올림픽의 개회식이 열린 17일 오전 온 지구촌 가족의 눈과 귀가 모인 잠실 메인스타디움은 축제의 열기에 파묻혔고 세계 1백60개국 선수와 임원, 스탠드를 곽 메운 10만 관중은 감동과 환희의 순간을 맛보며 하나가 되었다.
한강을 거슬러 전광판에서 모습을 드러낸 용고 선이 장중한 북소리가 울리는 순간 동해의 해를 떠받친 세계수 사이로 성화대가 우뚝 나타나며 개막을 알리는 폭죽과 5색 풍선이 하늘을 날아올라 지구촌의 잔치는 막을 열었다.
이날 오전 9시25분 시청 앞을 출발한 성화는 낮 12시15분 잠실경기장 성화대에 점화돼 「한국의 평화」를 선포하듯 힘찬 불꽃을 피워 올렸다.
경기장 주변은 아침 일찍부터 일부교통이 통제된 가운데 안전요원들이 철저한 검문·검색을 펴면서 대회 안전운행에 최선을 다했고 시민들도 일찌감치 질서 있게 입장, 올림픽 개최 국민의 긍지를 보여줬다.
◇개회식=오전 11시 선수단 입장이 시작되자 모든 관중들은 호드기를 불어 이들을 환영했고 색종이와 꽃을 이용한 관중섹션도 일사불란하게 이뤄져 스탠드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그라운드와 전광판, 공중에서 펼쳐지는 각종 프로그램과 웅장한 음악에 관중들은 탄성과 환호·박수를 보냈다.
이날 개회식엔 국내 관중뿐만 아니라 해외동포와 다수의 외국인관광객들까지 참석, 감동에 젖은 모습이었으며 개회식의 마지막 한마당에선 「손에 손잡고」와 「고향의 봄」을 합창하며 지구촌 한가족의 우정을 확인하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성화=16일 동안 올림픽을 밝힐 성화는 서울시청 앞에서 전야를 밝히고 17일 오전 9시18분 선명회 합창단이 『서울의 성화』를 합창하는 가운데 김용내 서울시장이 성화봉에 점화, 이날 봉송 첫 주자인 호주인 「로널드」씨(51·방송해설가)에 넘겨 9시25분 잠실 메인스타디움까지의 남은 27.7km를 봉송했다.
국제언론인 봉송주자 중의 한 사람으로 봉송을 맡은 「로널드」씨는 아래 위 흰 바지저고리 차림으로 패랭이 모자에다 짚신까지 신고 그 동안 닫혀있던 남대문 성문을 성화를 치켜든 채 당당히 통과했으며 백제고분로∼잠실병원까지의 봉송구간에는 또 87년 북한을 탈출한 김만철씨와 둘째딸 광숙양(14·방이초교 6년) 등 김씨 일가족 7명이 성화주자와 호송주자로 나와 시민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성화는 낮 12시35분쯤 메인스타디움 장내주자인 손기정에 의해 최종주자 임춘애 선수에게 인계돼 성화대에 점화되면서 활활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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