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대 수술의 의미|6공화국 산업정책의 시금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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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5공화국의 무리한 중화학 통폐합 조치로 부실기업의 대명사가 된 한국중공업이 6공화국에 들어서 「경쟁입찰을 통한 민영화」의 대수술을 받게되었다.
한중은 87년 결손이 8백93억원에 그 동안의 누적적자가 무려 2천6백42억원에 이른데다 신규수주의 부진으로 자금경색이 가속화되어 연말이후에는 부도발생이 우려될 정도로 심각한 상대에 이르렀다.
정부는 5공화국의 인위적인 부실기업정리가 지금까지도 큰 부담거리로 남아있는 점을 감안, 공개경쟁입찰을 새로운 처방전으로 제시했지만 그때마다 장애물로 등장한 게 바로 현대그룹이었다.
현대와 한중의 불편한 관계는 80년 중화학 통폐합 조치이후 꾸준히 쌓여온 것이지만 특히 지난 1월 창원공장의 정산에 관한 영화회계법인의 심사결과 「한중이 현대에 9백80억원을 지불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리자 법정소송사태로 비화되었고 서울사옥 처리문제를 또 다시 법정으로 끌어넣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교섭상대를 한중에서 산은·외환은·한전 등 주주3사로 바꾸고 이들 3사로 한중경영정상화 추진위원회를 구성, 현대와의 협상에 임하게 했다.
주주3사와 현대는 지난 7월 11일부터 27일까지 16일 동안 실무자급이 7차에 걸쳐 비공식 회동, 중요 쟁점 사항별로 양측의 시각과 입장을 토론한 끝에 현대의 채권규모를 원금 1백86억원, 이자 89억원 등 모두 2백75억원으로 조정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현대의 최고경영진은 이 같은 조정안의 수락을 거부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 10일 현대중공업의 명의로 한중을 상대로 정산금 청구소송(청구금액 1천38억원, 한라 관련 채권제외)을 제기,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영화 일정이 현대와의 정산문제로 지연되자 정부는 16일 나웅배 부총리 주재로 재무·상공·동자부강판과 산은총재가 참석하는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정산문제 타결이 어려운 경우, 경쟁입찰 대상에서 현대를 배제한다는 강경 방침을 확정하는 한편, 한중인수기업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및 여신관리규정에 의한 각종 제한에서의 예외인정, 세제혜택 등 파격적인 인수조건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상공부 관계자는 『정부가 더 이상 일개기업에 끌려갈 수만은 없다』면서 『현대의 입찰제한은 법적으로 하등 하자가 없다』고 강조,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뒷받침했다.
한중의 처리문제는 앞으로 현대의 태도 여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 같은 정부의 태도는 진로의 주식 사전 매입설로 혼선을 겪고있는 조선공사의 처리문제 등 6공화국이 직면하고 있는 산업정책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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