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기자체험으로 미래독자 '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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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어려서 신문을 읽지 않으면 어른이 돼도 신문을 읽지 않는다. 그런데 청소년들은 어른들보다 신문을 덜 사며 읽는 시간도 더 적다. 다매체 시대에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에게 신문을 읽힐 수 있을까'.

세계신문협회(WAN.회장 홍석현)가 주최한 제5회 세계 NIE 대회 초점은 이 명제에 맞춰졌다. 47개국 3백여명이 핀란드 헬싱키에 모여 지난 7~10일 숙의한 결과는 17세 이전의 청소년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회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문 읽는 습관은 18세면 이미 형성된다. 그래서 청소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결론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재미있고 교육적인' 뉴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 모아졌다. 그렇다고 심각한 뉴스는 무조건 빼라는 게 아니다. 그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접근하라는 얘기다.

또 청소년층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엔 반드시 그들이 선호하는 쌍방향적인 틀을 갖춘 인터넷신문의 도입을 포함하라고 권했다.

지난 30년 동안 구독률이 꾸준히 는 스페인의 경우 양대 신문인 엘 파이스와 엘 문도가 NIE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점도 부각됐다.

제6회 대회 개최지는 미정이며, 7회 대회는 미국의 워싱턴 DC에서 2007년 봄에 열린다.

청소년을 사로잡고 부수를 늘리는 개별 신문사들을 소개한다.

◇핀란드의 헬싱긴 사노마=하루 평균 발행부수 44만부(90%가 가정 배달)의 북유럽 최대 신문으로 크기까지에는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특히 학생들이 신문과 친해지도록 매주 청소년 페이지를 싣고 여름방학엔 어린이 페이지를 특화해 보도했다.

'1일 기자' 프로그램은 미래 독자 확보를 위해 9년 동안 운영한 대표 상품. 지금까지 1만8천명이 넘는 고2 학생들이 거쳐갔다.

학생기자들은 실제로 본지의 내일자 1개면을 만든다. 경쟁을 거쳐 뽑힌 여덟명의 학생이 한 모둠이 되어 신문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갖춘 본사 입구의 미디어광장에서 일~목요일 사이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작업한다.

학생들은 본사 기자의 지도 아래 자유롭게 주제를 정해 기사를 쓰고 편집한다.완성된 지면은 곧바로 윤전기로 보낸다. 1일 기자 체험을 하기 전에 학생들은 신문 제작 훈련을 받는다.

◇스페인의 엘 파이스=유력 일간지로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춘 NIE 프로그램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 신문사는 청소년 독자를 확보하려면 신문 읽는 습관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주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학교에 학생들로 구성된 신문제작 팀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인터넷을 활용해 직접 신문을 만들고, 완성된 작품을 전국대회에 출품하기도 한다.

지난해엔 스페인 전체 학교의 31%가 참여했고, 11만8천명의 사용자가 이 신문사 웹사이트를 한번 이상 방문했다. 2만6천명의 학생들이 신문을 제작했다.

엘 파이스의 웹사이트엔 학생들이 신문을 만들고, 기자.편집자 등 실제 편집국에서 접할 수 있는 역할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프랑스의 플레이 박=플레이 박이 발행하는 신문들의 목표는 청소년 독자들이 하루 10분만이라도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

플레이 박의 첫번째 신문인 몽 코띠디앵은 10~14세를 대상으로 1995년 창간됐다. 지금은 연령대별로 네 종류의 신문을 내고 있는데, 독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더 수준 높은 신문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차별화한 것이다. 이 신문들은 2만개 학교에서 20만명의 정기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각각의 신문은 현재의 이슈를 다루지만 어린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시각에서 접근한다. 예컨대 이라크전 문제를 다룰 경우 전쟁이 이라크 어린이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놨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전쟁에 대한 궁즘증을 풀어주며 어려운 단어는 전문가가 그 뜻을 설명해준다. 이들 신문은 학습도구로 활용된다.

헬싱키=이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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