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아시아 민주화 시위 'IT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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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발달이 의식 변화 이끌어=14개 정당으로 이뤄진 방글라데시 '야당연합'은 23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를 민주적으로 바꿔달라는 게 요구 사항이다. 이날 수도 다카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선 수만 명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 최소한 150명이 다치고 50명이 연행됐다. 야당연합 지도자인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는 "세계가 민주화로 가고 있으며 모든 국민이 인터넷과 신문 등을 통해 이를 알고 있다"고 지적하고 "하지만 칼레다 지아 총리는 야당 인사를 고문하는 등 반민주적인 정치를 하고 있어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탁신 친나왓 총리의 퇴진을 가져온 태국의 민주화 시위는 IT가 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지난달 계속된 시위 당시 젊은이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참여를 독려했다. 특히 2일의 여당 단독 총선 불참과 무효표 찍기가 성공한 것도 문자메시지가 큰 힘이 됐다는 게 현지 언론 보도다.

◆ 젊은이들, 복종의 전통보다 민주화를 선택=최근 20여 일간 계속된 네팔의 민주화 바람은 젊은이들이 이끌었다. 시위대의 80% 이상이 대학생 등 청년이었다. 카트만두의 한 공과대에 다니는 아니시 카날(22)은 24일 AP통신에"우리는 부모 세대와 다르다"며 "시위에 참가한 젊은 층은 국왕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던 과거 전통에 구속받지 않으며, 더욱 많은 자유와 민주를 원한다"고 말했다.

히말라야의 불교 왕국 부탄의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국왕은 올 초 "의회민주주의 도입을 위해 헌법을 바꿔 2008년 왕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부탄의 민주화는 지난해 말 수도 팀푸에서 열린 국가토론회가 계기가 됐다. 8000여 명의 국민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의회민주제 도입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는데 발언의 대부분을 20~30대 젊은 층이 했다. 홍콩에 본부를 둔 '아시안 인권위원회(AHRC)'는 이와 관련, "인권과 민주를 무시한 독재자가 퇴진하는 것은 정당한 시대의 발전이며 인터넷 발달로 숨길 수 없다는 게 진리가 됐다"며 "이 때문에 동남아는 앞으로 지금보다 더욱 심하게 민주화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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