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금엉금 현대차… 5년새 최저 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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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재경본부 관계자는 25일 "올 1분기 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9% 증가했고 수출(해외 생산 포함)도 호조를 보였지만 원화 강세 영향으로 실적이 좋지 않다"며 "영업이익률은 4%를 가까스로 지켜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 1분기는 달러당 원화 환율이 평균 1030원을 유지했지만 올 1분기에는 975원까지 떨어져 국내에서 차가 잘 팔렸지만 영업이익률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엔 매출액 8조1172억원에 영업이익 3356억원을 기록했었다.

현대차는 노조가 파업을 벌였던 지난해 3분기를 제외하면 줄곧 분기별로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차의 올 1분기 내수 판매는 14만1970대로 전년 동기(11만9189대) 대비 19.1% 성장했다.

수출은 해외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늘어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한 31만1900대를 기록했다. 해외 생산은 20만1772대로 전년 대비 53.6% 증가했다. 현대차는 올 1분기 내수로 1500억~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체의 60% 이상을 내수에서 벌었다.

수출은 환율 악화에다 해외에서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에게 주는 각종 인센티브 부담이 늘어 영업이익률이 1~2%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미의 경우 3월부터 차량 가격을 3% 정도 올렸지만 아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안수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분기부터는 수출 가격을 3% 정도 올린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내수 신차 가격도 평균 200만원 정도 올라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환율 악화로 영업이익률이 떨어지자 미국에서의 판매보증충당금(대당 보증 수리비) 기준을 완화해 영업이익률 5%를 지켰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27조3837억원, 영업이익 1조3841억원으로 영업이익률 5.1%를 기록했다.

한편 현대차는 27일 출시할 신형 아반떼XD 가격을 15% 이상 인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모델(디럭스)의 경우 200만원 가까이 오른 160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신형 아반떼는 기존 차량보다 길이는 조금(20㎜) 줄었지만 높이와 너비가 커졌다. 회사 측은 엔진 출력을 높인 데다 안전.편의장치를 대폭 보강해 가격 인상요인이 생겼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신형 스포티지와 투싼 가격도 250만원 정도 올렸다. 이달 초 발표한 뉴쏘렌토도 120만~300만원 정도 인상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하반기 뉴싼타페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15%가량 올렸고 이후 판매량이 40~50% 감소했다.

현대차는 올해 내수에서 영업이익률 6~8%, 수출에서 4%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올해 전 차종 시판 가격을 평균 200만원 이상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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