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1% 희망, 1% 가능성을 작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6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독일과 경기를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6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독일과 경기를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1% 가능성, 1% 희망을 작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축구대표팀 공격수 손흥민(26·토트넘)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전을 앞두고 밝힌 각오다.

한국은 27일 오후 11시 카잔 아레나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 독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스웨덴, 멕시코와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패해 2연패를 당했다. 독일과 3차전에서 승리한 뒤 경우의 수를 따져야 16강행이 가능한데, 가능성은 1%로 굉장히 낮다.

손흥민은 26일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세계 1위이자 지난대회 우승팀"이라고 상대가 강한걸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손흥민은 "공은 둥글고 축구는 11명이 하는거다"라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손흥민이 2014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레버쿠젠과 서울의 친선경기를 마친 뒤 그라운드를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손흥민이 2014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레버쿠젠과 서울의 친선경기를 마친 뒤 그라운드를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손흥민은 '독일에서 오래 뛰었는데, 독일 상대로 골을 넣는걸 꿈꿨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손흥민은 "독일은 세계 1위팀이자 지난 월드컵에서 우승을 했다. 어릴 때부터 독일에서 뛰었고 자랐다. 독일과 상대하는건 영광스러운일이고, 월드컵이란 큰 대회에서 만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결과가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꿈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자리"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2008년 동북고를 중퇴하고 독일 프로축구 함부르크에 입단했다. 2010년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뒤 2013년엔 레버쿠젠 소속으로 2시즌 간 29골을 터트렸다. 2015년 이적료 400억원에 토트넘(잉글랜드)으로 이적했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에서만 도합 165경기에 나서 49골을 기록하면서 월드 클래스로 성장했다. 독일 강호 도르트문트를 상대로는 무려 8골을 뽑아냈다. 자신을 키워준 독일을 상대한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멕시코 문전으로 드리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멕시코 문전으로 드리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손흥민은 스웨덴전에서는 사실상 윙백으로 내려앉아서 공격본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멕시코전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그림같은 중거리슛으로 만회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은 멕시코전 이후 눈물을 펑펑 쏟았다.

독일 기자는 '눈물 날만큼 슬펐나'라고 물었다. 손흥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월드컵에 나가는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축구선수로서 항상 특별한 무대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대표해서 나오는 자리엔 당연히 지기 싫었다. 좋은 경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못내 아쉬웠다. 많은 국민들, 선수들, 스태프들에 죄송했다"고 말했다.

기성용(스완지시티)과 박주호(울산)이 부상으로 결장하고 2패를 당한 선수단 분위기에 대해 손흥민은 "성용이 형과 주호 형은 전술적, 정신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들이다. 너무나도 아쉽다. 성용이 형은 주장으로서 많은 역할을 해주고, 너무나도 많은 짐을 짊어졌다"면서 "다른선수들이 그만큼 준비해야할 것 같다. 월드컵에 오면서 부상자를 감안해 23명 선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용이 형은 대체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선수지만, 충분히 잘해줄거라 생각한다.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독일과 경기를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독일과 경기를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첫 출전한 브라질월드컵과 이번 두번째 월드컵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손흥민은 "4년 전과 지금은 다른점이 많다. 제가 나이를 좀 더 먹었다. 황희찬(잘츠부르크)과 얘기를 해보면, 제가 4년 전엔 희찬 선수와 같은 생각으로 나왔다. 자신감이 넘치고 다 이길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철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 "월드컵 오기 전부터 아직도 기대는 되지만 무섭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스웨덴, 멕시코와 1, 2차전 차이에 대해 손흥민은 "하고자하는 의지가 달랐다. 스웨덴전에 좋은 경기 못했지만, 멕시코전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선이 다가 아닌 결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기자가 '독일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면 얼마나 기뻐할 것이라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손흥민은 "어떻게 대답할지 모르겠는데, 우리와 독일이 싸워야한다면 저희가 올라가야죠. 우리도 상황을 지켜봐야하고, 독일도 우릴 이겨야되는 상황이다. 독일은 세계챔피언이고 세계 1위"라면서도 "아직 결과를 모르잖아요. 멕시코가 독일을 이길거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희도 잘 준비해서 결과가 어떻게 됐은 최선을 다해보고, 결과를 받아들이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축구 대표팀 훈련이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쿠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훈련 전 동료들을 바라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축구 대표팀 훈련이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쿠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훈련 전 동료들을 바라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어 손흥민은 "저희가 할 수 있는건 최대한 해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멕시코전에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했다. 독일을 어렵게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이 달라지지 않은 선에서 저희가 할수 있는걸 하는게 중요하다. 너무 많은 생각보단 심플하고 다이렉트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16강 진출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 손흥민은 "저희가 1% 가능성, 1% 희망을 작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일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온다면, 16강 올라가느냐가 중요하겠지만,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손흥민은 "개인능력은 독일이 앞서는건 팩트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건 할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장에 나가는거다. 공은 둥글고, 축구는 11명이 하는거다"면서 "충분히 할수 있다는걸 멕시코전에서 의지를 봤다. 후회없는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그팀 능력이 좋아서 이긴다면, 특별히 할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한다. 해볼 수 있을 만큼 해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잔=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