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길음 뉴타운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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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아파트 재건축 규제를 골자로 한 9.5 대책이 나온 이후 투자자들이 불량.노후주택이 밀집한 재개발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 왕십리.길음 뉴타운 지역의 경우 투자 문의가 부쩍 늘면서 값이 강세다. 때문에 주인들이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이 재건축에 비해 규제가 덜하지만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일반주거지역 종(種)세분화에서 2종(용적률 2백% 이하)으로 지정된 곳이 많아 사업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왕십리 뉴타운의 경우 9.5대책 발표 후 종전에 비해 문의 전화가 30~40% 늘었다. 인근 J중개업소 조모 사장은 "강남권 재건축 수익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자 규제가 덜한 이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이 지역 대지 12~13평 주택은 평당 1천7백만~1천8백만원선, 10평 미만은 평당 2천만~2천5백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인근 C중개업소 사장은 "매도자들은 가격을 올려받으려 하는 반면 매수자들은 이보다 낮게 사려고 해 실제 거래량은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길음 뉴타운도 9.5대책 이후 가격이 오름세다. 이주비가 지급된 길음5.6구역의 경우 10평짜리 재개발 지분은 평당 1천3백만~1천4백만원, 15평은 평당 1천만~1천2백만원 선으로 이달 초에 비해 5백만원(총액 기준) 정도 뛰었다.

아직 사업 추진 초기단계인 길음 7~9구역에선 10평이 평당 1천만원, 15평이 평당 8백만~9백만원으로 강세다. 아파트 분양권도 오름세를 보여 뉴타운에 속한 대우.대림아파트 30평형대 분양권의 경우 9.5대책 이후 5백만원 정도 뛰었다. 부동산랜드 유영수 사장은 "투자를 망설였던 사람들이 9.5대책 이후 마음을 굳히는 모습"이라며 "강남이나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가격이 덜 올라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뉴타운은 서울시가 주도하는 만큼 사업추진이 확실하고, 뉴타운 지정 당시부터 다가구주택 분할이나 신축 등 일체의 건축행위가 금지돼 조합원 변동이 없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반면 용산.성동.동대문구 일대 일반 재개발시장은 대체로 잠잠하다.

다세대주택으로 분할이 금지되고 이미 쪼개진 소형 지분에 대해 아파트 분양자격을 제한하는 서울시 도시계획조례 때문이다. 성동구 금호동 우진부동산 박창식 과장은 "다세대로 분리되지 않은 주택이나 30평형대 아파트 입주가 가능한 것만 거래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사장은 "종전에 거래가 많았던 곳이라도 서울시의 재개발기본계획에서 제외될 경우 투자금이 잠길 수 있다"며 "뉴타운 지역이나 구역지정이 끝나 사업이 확실한 곳, 불량주택이 60~70%를 넘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될 확률이 높은 곳 등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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