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장관 "돌아온 탕아 된것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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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대 근대법학교육백주년기념관에서 강금실법무장관이 법대생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서울=연합]

15일 서울대를 찾은 강금실(康錦實)법무부장관의 인기는 어느 연예인 못지 않았다.법대 1학년 전공인 '법률문장론'(한인섭.양현아.이현수 공동강의)수업의 특별강사로 초청된 康장관이 강의실에 들어서자 학생들은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2백20석 규모의 대형 강의실이었지만 수업 1시간 전부터 청강생들까지 3백명이 넘게 몰려와 복도와 문밖까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 법대 75학번인 康장관은 "졸업후 처음 모교를 찾았는데 후배들과 교수님이 이렇게 환영해 주니 '돌아온 탕아'가 된 것 같다"는 농담으로 말을 시작했다.취임 이후 6개월간 느낀 바를 이야기하면서는 "권력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며 "아직도 공직사회엔 법치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또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집단 파업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 있었으나 이는 모두 법치주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의 시간의 절반 이상을 질의.응답에 할애한 康장관에게 여러 질문이 쏟아졌다.한총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소신을 갖는 것은 좋으나 도그마에 빠질까 우려된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스스로 변하려는 모습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또 국가보안법에 대해선 "벌써 50년 전에 생긴 법이라 지금의 남북관계에 맞게 재검토되야 한다"고 말했다.특히 "구성요건이 너무 막연하고 법정형도 사형 혹은 무기징역으로 단일화 돼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초의 서울 법대 출신이자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가능성을 묻는 뜻밖의 질문도 나왔다.이에 대해 "장관으로 임명될 때도 장관이 될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었다"며 "지금 내 머리 속에 그런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康장관은 후배들에게 사회 엘리트로서 부담을 가지되 긍정적으로 이겨내며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특히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남편을 떠나보낸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대사 ,"Tommorrow is another day(내일은 또 다른 해가 뜬다)"를 인용하며 "항상 열려있는 미래를 생각하라"고 덧붙였다.

강의는 예정대로 1시간 20분 만에 끝났다.그러나 康장관은 휴대폰 카메라 등으로 기념촬영을 하거나 사인을 받으려는 학생들로 인해 한동안 강의실을 떠나지 못했다.

김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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