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살생부' 오른 67곳 비상···재정지원 제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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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및 대학 관계자들이 지난해 10월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및 대학 관계자들이 지난해 10월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들의 운명을 결정할 교육부의 기본역량진단에서 120개 대학이 1단계 평가를 통과했다. 통과하지 못한 67개 대학은 정원 감축과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각 대학은 20일 오전 9시 30분부터 기본역량진단 1단계 가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월 대학들이 자체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된 기본역량진단 결과가 처음으로 발표되는 것이다.

기본역량진단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대학 구조개혁평가를 대체하는 평가다. 이름이 바뀌면서 평가 방식도 달라졌지만 부실 대학을 가려내 재정을 압박한다는 기본 취지는 그대로다. 교육부가 올해 초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상위 60% 정도는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하고 나머지는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한다. 자율개선대학은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되고, 정부가 대학 재량껏 쓸 수 있는 일반 재정을 지원해준다. 그러나 역량강화대학은 정원을 줄여야 하고 재정 지원도 일부 제한을 받는다. 이보다 부실한 재정지원 제한대학은 정부 모든 지원이 중단된다.

이날 발표된 1단계 가결과에 따르면 전체 187개 4년제대 가운데 120개(64%)가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됐다. 당초 계획한 60%보다 많은 대학을 선정한 셈이다. 자율개선대학 비율을 늘려달라는 대학측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67개 대학은 2단계 평가를 거쳐 역량강화대학 또는 재정지원 제한대학이 된다. 67개 대학은 재정 압박을 받을 뿐 아니라 '부실 대학'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다. 향후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존폐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종 결과가 발표되는 8월까지 막판 변수가 남아있다. 대학별 부정·비리 사건에 따른 감점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각 대학에서 발생한 부정·비리 사건을 검토 중이다. 사건의 경중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해 감점한 뒤에야 최종적으로 자율개선대학이 확정된다. 이해숙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장은 "법인 이사장이나 총장 등의 부정행위 가담 여부가 사안의 경중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며 "지금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된 대학 중에서도 평가 점수가 중하위권인 곳은 감점에 따라 탈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대학들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각 권역별로 평가하기 때문에 서울·수도권에서도 하위 그룹 대학이 나오게 된다. 대학가에서는 중량감있는 수도권 사립대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평가위원의 정성적 평가 점수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소위 '주요 대학'이라 불리는 곳들도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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